“의병운동은 고종 세력의 은밀한 반일활동과 지방 유림, 하층 인민의 강렬한 반일활동이 맞물려 역사의 전면에 표출된 것입니다.”
오영섭(사진) 연세대 연구교수는 우당기념사업회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고종황제의 자주 독립사상과 망명운동’을 주제로 여는 학술대회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에 왕비와 나라를 빼앗기고 냉혹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제국을 선포했다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망국 군주라는 평가와 달리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종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심상훈과 이범진이 의병장들을 적극 후원한 점을 근거로 든다. 심상훈은 의병장 유인석·원용팔·정운경·이강년 등을 도왔다. 이범진은 자신의 아들과 장인에게 군자금 1만루블을 주며 연해주로 가서 직접 의병을 결성하도록 했다.
고종의 측근들은 의병 봉기를 전후해 의병장들에게 고종의 밀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밀지는 의병장들을 격려하고 봉기지역의 행정·사법·경찰 등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이었다.
오 교수는 고종의 의병 지원을 대한제국의 허약한 국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연대전략으로 파악했다.
그는 “고종 세력은 지방 의병이 항일활동을 벌이는 기회를 이용해 중앙에서 파천(播遷)운동과 균세(均勢·세력균형) 외교정책을 성사시키려는 성동격서 전략을 구사했다”며 “의병운동은 고종 세력의 은밀한 반일활동과 지방 유림, 하층 인민의 강렬한 반일활동이 맞물려 역사의 전면에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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