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폐막된 중국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당의 ‘핵심’ 지위를 인정받으며 덩샤오핑 체제 이후 사실상 중국 정치사에서 사라졌던 ‘1인 절대권력’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시진핑 1기(2012~2016년)를 마무리하는 이번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구호 중 하나인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하는 데 성공, 당 핵심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장기 집권의 토대까지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과 장쩌민 집권 이후 사라졌던 ‘핵심’의 지위를 사실상 확보하면서 그의 뒤를 받쳐줄 차세대 지도자들도 시 주석의 과거 직계 부하나 측근을 지칭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시진핑의 독주가 두드러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 계열의 돤파이(團派·공산주의청년단파)와 장쩌민 전 주석의 파벌인 상하이방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권력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시진핑=경제에 방점이 찍혔던 지난해 5중전회와 달리 올해 6중전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정치 이슈였다. 27일 베이징 서쪽 징시호텔에서 폐막된 6중전회는 이 같은 예상대로 시 주석이 반부패를 명분으로 절대권력 기반을 다지는 자리로 마감됐다는 것이 중국 안팎 매체들의 중론이다.
이날 6중전회는 종엄치당 관련 최대 의제였던 당내 정치생활 준칙과 당내 감독조례 수정안을 승인하고 경제와 민생현안·인사 등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 주석이 반부패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개혁 저항 세력은 물론 경쟁 파벌을 밀어내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데 종엄치당이라는 대의명분을 활용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폐막 직후 공개된 6중전회 공보는 “18차 당대회 이래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솔선수범하며 전면적인 종엄치당을 결연히 추진해 부패를 척결하고 당내 정치생활을 정화하면서 당심과 민심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공보는 시 주석에게 핵심이란 수식어를 부여한 것이 집단영도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당의 영도를 견지하려면 당 중앙의 집중된 통일적 영도가 우선돼야 하고 국가와 정당에서 영도 핵심은 지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보는 이어 이번 6중전회에서 시진핑 집권 1기의 정책을 총결산하고 경제 현안과 군 개혁을 비롯한 각종 개혁방안을 두루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 측근, 차세대 지도자 전면 부상=이번 6중전회에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전용단어로 사용된 ‘영수’나 당 ‘핵심’이라는 명칭이 시 주석과 연결되면서 시 주석 측근들도 이른바 차기 대권을 꿈꿀 수 있는 5마리 용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가을 19차 당대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이 나이제한 관례에 걸려 은퇴하는데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6중전회를 계기로 시 주석 측근들을 유력후보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홍콩 명보는 공청단 계열인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상하이방인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를 비롯해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과 왕양 국무원 부총리,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등 12명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 주임과 왕 주임을 사실상 1순위로 꼽았다. 홍콩 명경망은 시 주석의 저장성 당 서기 시절 측근이었던 천민얼 구이저우성 서기도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차세대 유력 지도자로 그동안 지목돼온 후춘화를 비롯해 리위안차오·왕양 등 공청단파는 한 명 정도만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태자당으로 분류된 시 주석 집권 이전에는 공청단 세력과 상하이방 등 3개 세력이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이뤘는데 이번 6중전회를 계기로 이 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력투쟁 도래…경제에 암운 가능성= 6중전회 폐막과 함께 중국 지도부의 시선이 내년 당대회로 향하면서 권력투쟁에 따른 경제정책 공백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공산당의 3대 파벌 간 권력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 둔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는 5%대로 뚝 떨어져 연착륙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경제학자는 “중국 경제가 과거 지도부 인사가 결정되는 당대회가 있는 해에 대체로 성장률이 크게 악화했던 추세를 보였는데 시 주석의 절대권력을 견제하려는 파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의 권력투쟁이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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