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고 이를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이 관련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누리당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밝히면서다. 야당은 최 씨의 인터뷰, 청와대 참모진의 사표 제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등이 일련의 계획이라며 진상규명 후 거국중립내각 등 국정 컨트롤 타워 복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수용 발표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최순실은 사실상 대통령인 것처럼 범죄인이면서도 영국을 통해서 몰래 귀국을 하고 안가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출입국 기록을 뻔히 아는 법무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최순실은 변호인을 통해서 성명을 발표하는 짜고 치는 쇼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거국내각을 운운하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먼저 해야 한다”며 “모래성 위에 집을 짓겠느냐. 헌정을 파괴하고 헌법상 권리를 사교 교주 최순실에 헌납해온 지 4년이 넘었는데 그런 오물 위에다 다시 집을 진들 지어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즉각 해임하고 조사하라”며 “최순실이 빼간 청와대 문서도 외교 기밀문서인데 이제 와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무슨 궤변이 그리 많으냐. 청와대를 제대로 압수수색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화병이 난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며 “이 국면은 주권을 파괴하고 헌정 질서를 교란시킨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이고 책임자다.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 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끌려나가듯이 협상하거나 나설 생각이 없다”며 “새누리당은 최순실 부역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 이제 와서 수습을 하는 것처럼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홍보수석, 정무수석을 했던 사람”이라며 “거국내각이니 이런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새누리당 이 대국민 석고대죄 없이 협상에 나서려고 한다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없지만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주자 사이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를 새누리당이 수용하면서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야당이 이를 본질을 흐리려는 ‘꼬리자르기’라고 반발하면서 또 다른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제안했다가 특검 협상을 파기하고,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가 또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국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봐주기 수사가 계속될수록 야당의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던 만큼 탄핵이나 하야 운동에 제1 야당인 더민주가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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