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은 ‘고향이 북한인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병욱(사진) 북한개발연구소장은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탈북자 3만 시대 자립적 삶과 통일준비’를 주제로 열린 북한이탈주민학회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기의 탈북 학생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상황이 지속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의 국가 정체성 확립에 지장을 주고 정체성에 공허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민의 정체성 유형을 △고향이 북한인 한국 사람(북한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의 자부심이 높은 사람) △북한 출신 한국 국적자(북한 출신이어서 차별을 받으며 북한 사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탈북한 한국 국적자(자신을 북한 사람 취급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 △탈국가적인 개인주의자(국가 정체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김 소장은 “탈북민들은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비롯해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 떠나온 고향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는다”면서 “‘고향이 북한인 한국 사람’ 유형은 인권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재생의 삶을 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전공 석사과정의 이지영씨는 ‘정신질환을 가진 탈북청소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탈북 청소년과 청년 108명을 상대로 불안과 우울 정도를 조사했더니 75% 이상이 불안 증상을, 50% 이상이 우울 증세를 나타냈다”면서 “탈북 청소년들은 탈북과 입국, 입국 후 적응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 출신 정신과 환자는 병을 숨기거나 부정하고 병이 악화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북한이탈주민 정신질환 전문치료시설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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