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누슬리를 접촉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누슬리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자신의 회사 더블루케이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사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과 연관된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업체다. 다만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경기장 건설비용을 줄여보라”고 말하면서 이 같은 지시가 나왔고 “대통령이 누슬리를 밀어주라는 것은 아니었다”고도 밝혔다.
그럼에도 김 전 차관의 이 발언은 박 대통령이 누슬리를 직접 챙겨 결과적으로 최순실씨의 평창올림픽 이권 개입 시도에 연결됐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 수사에서 최순실씨가 사실상 설립·운영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진술한 상황이라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40년 우정인 최순실씨 챙기기가 청와대를 넘어 정부 관계자에게까지 미쳤음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이날 통화에서 자신이 누슬리가 수주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접촉 후 누슬리가 제출한 견적서를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장관께 보고한 후 청와대에 정부보고서를 올렸다”며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을 세운 뒤 자신과 긴밀히 협의하며 사업을 진행했다는 등 차관 재직시절에 제기된 다양한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검찰 수사에서 밝히면 되는 일”이라면서도 “최순실과 장시호와 관련된 어떤 체육정책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뿐 아니라 본인이 실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더스포츠엠과 ‘유령회사’ 누림기획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을 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장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소환을 앞둔 김 전 차관은 “아직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변호인과 함께 언론에서 보도된 의혹들을 보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올림픽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 전 차관은 “제가 먼저 만나자고 했으면 올림픽 포기 종용 주장이 말이 되는데 제가 아니라 박태환 측에서 먼저 올림픽 안 나가는 조건으로 만나자고 해서 보게 됐다”며 “출전 포기를 종용한 적이 없고 안 나간다고 생각하고 격려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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