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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거리로 나온 고3 수험생

중고생혁명 등 청소년단체 1,100여명 "대통령 퇴진" 한목소리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이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동참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그동안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시위에 나오지 못했지만 수능이 끝나면서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특히 이화여대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과 학사관리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노가 더욱 커졌다.

지난 19일 본 집회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서울 도심에서는 중고생 주최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청소년 단체 ‘중고생혁명’이 보신각 앞에서 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는 경찰추산 700여명,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이 영풍문고 앞에서 연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는 400여명이 각각 참석했다.

일산에서 온 고3 박모군은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오고 싶었지만, 시험 때문에 꾹 참고 있다가 오늘 처음 나왔다”며 “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죽어라 공부하고 수행평가도 준비하는 데 정유라 뉴스를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수험생 이 모양은 “부모의 위세에 힘입어 자기보다 성적이 좋았던 수험생까지 떨어뜨리면서 이대에 입학한 정유라를 보면서 ‘정말 이 사회에 정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오후에 논술시험을 봤고 다음 주에도 시험이 있지만, 꼭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산 서면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고3 최진호군은 “집회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수능 때문에 지금까지 참다가 오늘에야 이 자리에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집회에서는 자유 발언자로 무대에 오른 20명 중 정치인을 제외한 80%가 청소년이었다. 울산에서는 ‘울산 청소년 대학생 시국선언문’도 발표됐다. 이들은 “수능이 끝났지만 우리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보며 ‘돈도 실력이다’ 라는 정유라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정직한 노력이 얼마나 무색한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민형·조원진·장지승 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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