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와 명예회복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이후 혹독한 좌절과 화려한 부활까지. 박태환(27)의 2016년은 올림픽 금메달을 딴 2008년만큼 강렬하게 그와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태환은 파란만장했던 2016년을 국제대회 3관왕으로 마무리했다.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끝난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200·1,500m 3관왕에 올랐다. 곧이어 열린 자유형 100m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날 1,500m 결선에서 14분15초51 만에 터치패드를 찍어 개인기록이자 한국기록(14분34초39)을 약 19초나 앞당겼다. 장린(중국)이 2009년 일본 오픈에서 세웠던 아시아기록(14분22초47)도 경신했고 세계기록(14분08초06) 보유자인 장거리 최강자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이탈리아) 또한 눌렀다. 팔트리니에리는 박태환에게 6초 이상 뒤진 14분21초94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박태환은 팔트리니에리가 갖고 있던 대회기록(2014년 카타르 도하·14분16초10) 역시 깨부쉈다.
앞서 박태환은 400m에서 3분34초59의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으로 우승, 한국선수 최초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금메달 기록을 썼고 200m에서는 1분41초03의 대회·아시아기록으로 우승했다.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자유형 200m 은메달리스트 채드 르 클로스(남아공)를 2위로 밀어내는 한편 미국의 수영영웅 라이언 록티의 대회기록도 경신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의 도핑 적발로 FINA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을 때만 해도 은퇴 수순만 남긴 듯했다. 박태환은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이중징계 방침에 법적 투쟁까지 불사하며 리우 올림픽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출전 포기 압박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나갔지만 결과는 전 종목 결선 진출 실패. 대표 자격 회복을 놓고 벌인 소모전 등으로 훈련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박태환은 이후 새벽 훈련을 자청했고 국내에서 아시아, 세계로 무대를 넓혀가며 부활 가능성을 키웠다.
올림픽 이후 박태환의 성적은 10월 전국체전 2관왕, 지난달 도쿄 아시아선수권 4관왕, 세계선수권 3관왕으로 눈부실 정도다. 이번 대회 기록은 전성기를 시작한 18세 때보다도 좋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는 박태환은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계획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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