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한동훈(43·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에게 삼성 수사를 전담시킨 사실이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1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윤석열(56·23기) 대전고검 검사가 이끄는 수사4팀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맡겼다. 수사4팀은 수사팀장인 윤 검사를 필두로 한 부장검사, 박주성(38·32기)·김영철(43·33기)·강백신(43·34기)·최재순(38·37기) 검사 등으로 구성됐다.
윤 검사가 전체적인 수사를 지휘하는 가운데 삼성그룹 수사는 수사4팀 내 2인자인 한 부장검사가 책임진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는 이른바 정통 ‘특수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평검사 때부터 대기업 수사에 참여해 기업 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최태원 SK 주식 부당거래 사건’이 대표적으로 당시 최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2006년에는 대검 중수부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수사했다. 앞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서도 2팀장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특검팀이 한 부장검사에게 중책을 맡긴 것은 삼성 수사가 박 대통령의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기부금액(204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내고, 최순실(60) 모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의 특혜 지원을 한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끌어 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청와대 등 윗선이 입깁을 넣었다는 ‘외압설’이다. 특검도 이 부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지난 주말 사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비공개 참고인 조사하는 등 삼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2명을 파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에 삼성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만 “특검 수사에 진솔하게 임한다”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 대가로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이 밝힌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삼성과 더불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한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집행과정에서 불승인된 바 있어 이에 대비한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법리 검토 작업에 나선 것은 ‘군사상 비밀유지가 필요한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에 따라 지난 10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 외부 건물인 연무관(체력단련장)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주는 자료만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검은 10월과 달리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상태지만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은 청와대 책임자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인 점을 파악해 이번에도 청와대가 같은 논리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