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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4.0시대] 청소년 정책참여 길 넓히고 지도자 양성시스템 만들어라

<6>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리더십 교육

"의견 개진·합의·수용 과정 통해 리더·팔로우십 배워"

핀란드 청소년단체협의회 대표들 EU 등서 적극 활동

기업가정신 멘토링 활성화·한국형 그랑제꼴 도입 필요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직무권한이 정지됐다. 과거 여학생 외모 비하 발언이 문제 된 데다 시험 중 부정행위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아예 총학생회 후보가 없어 공석인 대학도 수두룩하다. 연세대는 55년 만에 처음으로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가 무산됐고 한국외국어대와 서울시립대도 2년째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학 리더십의 꽃인 총학생회의 초라한 현주소는 현재 한국 사회 리더십 위기의 축소판이다. 초·중·고등학교 졸업까지 주입식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들에게 사실상 처음 주어지는 실험의 기회이지만 차갑게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18세 참정권에 대한 논의도 정작 주인공인 청년보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더 높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회 참여 보장, 지식 전달형 리더십 교육 탈피, 지도자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 등 종합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의 리더십 양성 시스템은 상당히 탄탄하다.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좋은 리더십은 좋은 팔로십에서 나온다”며 “일상화된 사회 참여로 의견 개진, 대표 선출, 합의와 수용 등 팔로십과 리더십을 동시에 배우도록 하는 독일과 북유럽 등 선진국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청소년단체협의회(Allianssi)는 청소년단체 126개 회원사가 가입한 청소년단체 총괄기구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직접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동한다. 협회 예산의 70%는 정부 부처와 유럽연합(EU)에서 지원한다. 이 중 약 20명 정도의 학생들은 청소년 대표로서 국제연합과 유럽연합 등에서 활동하는 기회도 얻는다.

EU 차원에서는 에라스무스 플러스의 구조화된 대화(Structured Dialogue) 제도를 통해 EU 청년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토론 주제는 EU의 청소년 장관, 유럽연합 회원국 대표회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청소년포럼 등이 제안한다. 15~30세 청년 10여 만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논의 결과는 EU에서 공식적으로 정책 사업을 채택할 때 활용된다.



김기헌 청소년정책연구원 실장은 “10~20대로 구성된 청소년들 대다수가 자신들과 관련된 사회적 의제에 의견을 개진하고 합의된 결정을 수용하면서 팔로십을 배우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 세대를 대표하는 리더가 자연스레 육성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한국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험하고 있는 청소년 참여 예산제를 해당 연령층은 20대로 확대하고 예산 집행 등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면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 현장에서 기업가 정신 등 실질적인 리더십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일선 학교에서 10~20대에 대한 리더십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 지식 전달 일변도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분야 리더들의 멘토링과 강연 등을 통해 살아 있는 리더십 교육이 이뤄지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인 창업의 경우 실질적인 경영 리더십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창업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상담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기업가의 자질에 대해 말해주면 포기하는 친구가 많다”며 “경영지식도 중요하지만 선배 기업가와의 지속적인 멘토링이나 교류관계가 갖춰진다면 훨씬 살아 있는 리더십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 활용 가능한 멘토링 그룹과 사회단체가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마쓰시타 정경숙을 표방하는 사단법인 ‘CEO지식나눔’은 설립된 지 6년 만에 118개 대학에서 1,700명 이상의 멘토링과 함께 8만 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기업가 정신 및 글로벌 리더십 교육, 진로 지도 등에 앞장서고 있다. 송영수 한양대 인재개발원장은 “4차 혁명시대의 리더십 교육에서 지식 전달의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 교육은 리더들과 직접 교류하며 리더의 생각과 기업가 정신, 다양성 등의 가치를 체득하는 것”이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엘리트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랑스 그랑제콜 등 선진국은 저마다 지도자 양성 시스템이 탄탄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은 “독일 정당들이 별도 비영리 재단을 두고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비당파적’ 교육에 나서듯이 우리도 교육, 정책연구 지원 등 정당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위헌 요소가 다분한 청소년의 정당 참여 관련 규제부터 개혁하는 등 정당 활동을 통해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육성되는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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