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뒤흔들면 그의 내각이 진정시킨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장관 내정자들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이같이 분석했다. 공직 경험이라고는 없는 초갑부들(Gazillionaires)이거나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Goldman sachs), 군 장성(Generals)들이 대다수인 이른바 ‘3G 내각’에 대한 인선 초기의 비난과 우려가 상당 부분 누그러졌음을 반영하는 평가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시아·인종차별주의 성향을 답습했다는 우려를 샀던 몇몇 장관 내정자들은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노선과는 차별화된 발언으로 기존 정치권과의 거리를 좁히며 ‘트럼프 시대’에 대한 세간의 불안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차기 내각 사이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괴리는 트럼프호(號)의 앞길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앞날에 또 다른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정책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트럼프 팀의 능력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특히 트럼프 경제팀은 서로 상충될 소지가 큰 ‘트럼프노믹스’를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난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색 흐려진 외교안보팀…불확실성은 커져=국제질서의 일대 혼란을 예고했던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염려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러시아를 “비우호적인 적국”이자 “미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는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에 대해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관 내정자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대선 승리 이후에도 ‘아웃사이더’ 기질을 고수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모난’ 정치색을 순화시키는 ‘범퍼 내각(bumper cabinet)’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권 출범 전부터 엇박자를 내는 내각이 트럼프 행정부의 앞날에 대한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한 대통령과 내각의 이견은 차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검증 안 된 경제팀에 쏟아지는 불신의 눈길=CNN머니에 따르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트럼프 통상정책을 이끌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내정자의 정책 구상이 “책임 있는 경제적 사고의 주류에서 동떨어진 미신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혹평했다. 기업 감세와 규제 완화, 무역 재협상을 통한 5,0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해소를 실현하겠다는 그들의 주장이 비현실적임을 지적한 것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경제를 이끌고 갈 경제팀은 대다수가 공직 경험 없이 월가나 재계에서 부를 축적해온 ‘상위 1%’들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외국의 재무장관들이나 워싱턴 정가와의 인맥도 거의 없는 골드만삭스 출신 금융인이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펼칠 경제정책이 미국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부 부유층과 기업들의 이익에만 부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베터마케츠의 데니스 켈러허는 “(경제팀에 발탁된) 월가 출신 인사들은 월가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골드만삭스와 월가가 정부를 점령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