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AP통신은 터키 의회가 국민투표 실시의 최소요건을 없애는 내용 등으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을 크게 연장시키는 길을 터줬다고 전했다. 이날 표결에 참석한 488명의 의원(재적 550명)중 찬성표는 339표였다. 반대는 142표, 기권(백지 투표)는 5표, 무효는 2표였다.
다만 최종 개헌 여부는 앞으로 국민투표를 거쳐야 확정된다. 개헌안이 재적의원 550명중 3분의 2인 367명이상이 찬성하면 의회 투표만으로 확정되지만, 찬성표 비율이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에서 3분의 2미만’(330~366명)에 그치면 의회는 통과하되 국민투표를 거쳐야 확정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이르면 오는 3~4월께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헌안은 대통령이 여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사법기관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대통령선과의 의회 의원 총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의회 의석수를 600석으로 늘리며 총선의 피선거권자 연령하한을 낮춰 18세 국민도 의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담겨 있다. 이 같은 개헌안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1인 독재를 한층 더 장기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야권은 일제히 비판해 왔다. 반면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는 개헌안의 의회 통과를 축하하며 최종 결정은 국민들의 손에 달리게 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국가인 터키에서 지난 2003년 총리직에 당선돼 권력을 잡은 뒤 지난 2014년 8월까지 3연임했다. 자국 헌법이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총리의 4연임을 제한하자 2014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우회방식으로 사실상 권력을 연장했다. 이번 개헌은 아예 터키의 정치·행정체계를 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어 개헌 성공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층더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된다. 지난해에는 에르도안 장기집권 체제에 반발해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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