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7’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커넥티드 카 등 미래 기술의 경연장이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4차 산업혁명이 실체를 갖고 펼쳐졌다. TV명가였던 파나소닉은 미래 자율주행차를 전면에 내세웠고 일본 스타트업 세븐드리머즈는 빨래 접는 로봇 ‘런드로이드(Laundroid)’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면 백악관은 보고서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에서 임금 수준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고, 장기적으로 고임금-고숙련 노동자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맞닥뜨린 4차 산업혁명은 이렇듯 위기와 기회의 상반된 얼굴로 다가오지만 돌이켜보면 인류사를 장식한 3번의 산업혁명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혁명(1차)과 1870년 전기혁명(2차), 1969년 정보혁명(3차)이 그러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터널을 지나는 동안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낙오된 누군가는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게 역사다.
기자가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의 정보기술(IT)사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있었다. 대표적인 데이터 저장장치였던 플로피디스크는 자취를 감추었고 워크맨이나 카세트테이프 등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세대들은 플로피디스크나 워크맨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존재하지 않으면 잊혀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어느 시기든 선도기업은 시장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을 것이다. 일단 성공의 길로 들어서면 기존에 구축한 성공 방정식을 정교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 문제가 생긴다. 기술이 변한다든가, 고객의 행동이 바뀌면 기존 방정식은 유효하지 않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선도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그들이 자만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새로운 게임의 룰이 나오는데 자신의 성공을 이끌었던 과거의 방식으로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이론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고(故) 구본형 작가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과거의 성공은 오늘의 변화에 짐이 된다. 성공은 곧잘 우리를 도취하게 만든다”고 설파했다. 그의 표현을 빌어 파괴적 혁신을 해석하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기에 자각하지 못했고, 관성의 힘으로 행했던 익숙함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오늘의 변화에 짐이 되는 ‘성공에의 도취’와 결별한 채 전진해야 한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동반되지만, 새 살이 돋아나 상처를 치유하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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