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도 풍성한 작품으로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온 가족의 유쾌한 웃음을 책임진다. 익숙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놀보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원작에 없는 새로운 배역 마당쇠가 놀보를 향해 질펀한 돌직구를 날리는 가운데, 최근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비롯해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속 시원한 풍자가 이어진다. 공연 전 로비에서 분장한 배우들이 직접 엿을 팔고, 고사·배우와의 사진 촬영 같은 공연 전후 이벤트도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월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영웅이 필요한 난세의 대한민국.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의인을 뮤지컬로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도 펼쳐진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계획부터 거사, 재판, 사형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장엄한 음악과 무대 미술, 역동적인 안무 등으로 빚어냈다. 안 의사가 일본 법정에서 명성황후 시해와 을사늑약 강제 체결 등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를 대며 ‘누가 죄인인가’를 묻는 장면은 매 공연 뜨거운 갈채를 받는 명장면이다.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묵직한 감동을 원한다면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2015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기군상이 쓴 중국 고전을 각색했다.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이 이 작품을 관람한 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고선웅 연출을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지켜내고 복수를 도모하는 필부 ‘정영’의 이야기를 담은 극으로 복수를 위해 다가서는 과정에서 희생한 의인들의 한(恨)이 켜켜이 쌓이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웃음과 슬픔의 절묘한 조화, 극단의 감정을 담아내는 텅 빈 무대 등이 눈길을 끈다. 2월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원한다면 광장으로 나가보자. 정부의 문화 검열에 항의하는 예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 만든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는 25~27일 마임 공연과 31~2월 3일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을 공연한다. 모든 공연은 무료지만, 공연 뒤 관객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내도 좋다.
아름다운 선율과 무대 미술이 돋보이는 ‘아이다’도 4년 만의 재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노예로 팔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두 공주에게 사랑받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삼각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팝 거장 엘튼 존이 만든 음악에 귀가 즐겁고, 감각적인 무대 미술에 눈이 호강한다. 조명과 실루엣을 물감 삼아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나일강과 야자수가 늘어선 강가, 붉은빛 일렁이는 누비아를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다. 3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속 시원한 가창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뮤지컬 ‘보디가드’도 좋은 선택지다.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보디가드’는 휘트니휴스턴·케빈코스트너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직업 경호원 ‘프랭크 파머’가 스토커에 쫓기고 있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레이첼 마론’을 보호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정선아·이은진(양파)·손승연 등 노래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디바들이 주인공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아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소화한다. 3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아이와 함께 즐길 어린이 공연도 있다.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는 장난꾸러기 비룡과 백호 형제가 엄마 없는 이틀 동안 겪은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기타·키보드·비브라슬랩·스프링드럼 등 6가지 악기의 라이브 연주곡으로 편곡했다. 주인공과 함께 노래와 율동을 배워보는 시간은 물론 공연 후 컵떡볶이를 먹는 이벤트가 마련돼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설 연휴 기간인 1월 28~30일 3인 이상 가족 관객이라면 최대 35%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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