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전문가가 입을 모아 말하듯이 중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의 전반적인 수준이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크게 앞서 있다. 예를 들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핀테크와 세계 1위 드론업체 DJI가 이끄는 드론 외에도 O2O(Online to Offline)에 있어서도 앞서 있는 서비스들이 꽤 있다.
O2O 중에서 우리가 비교적 친숙한 음식 등 각종 배달 서비스도 중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그리고 택시 서비스로는 텐센트의 ‘디디다쳐’와 알리바바의 ‘콰이디다쳐’가 ‘디디추싱’으로 전격 합병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지난해 8월에는 천하의 우버마저 대륙의 기세에 무릎을 꿇고 디디추싱의 품으로 들어갔다. 디디추싱은 올해 춘절 대이동 전후로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차표는 너무 구하기 어렵고, 황금 시즌 비행기 티켓 가격이 부담인 중국인에게는 또 하나의 해결책이 나온 셈이다. 그 밖에도 디디추싱은 대리운전, 버스 공유 등 다양한 차량 서비스를 내놓으며 차량운행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에 기여하며 포춘이 선정한 혁신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이렇듯 공유 콘셉트의 O2O 서비스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서비스가 자동차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이번 칼럼의 주제다. 유사 서비스가 세계 주요 도시마다 있지만 가성비·편의성·디자인·디지털 플랫폼 완성도 측면에서, 한국·영국·중국 3개국에서 모든 자전거를 직접 경험한 필자로서는 단연 중국 서비스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 중국에서 접해본 서비스 중 사회 기여도가 크고 완성도 또한 높았던 ‘최고 중의 최고’라 여길 정도다.
런던이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에만 있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
중국의 가장 큰 차별성은 아무데나 세워 두면 된다는 것
중국의 가장 큰 차별성은 아무데나 세워 두면 된다는 것
사실 이런 자전거 서비스가 없는 도시가 훨씬 많을 것이다. IT가 발달돼 있고 해당 도시의 예산이 넉넉한 서울은 물론 뉴욕이나 런던 등에 자전거 서비스가 있다. 시(市)가 주체가 되고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바이크(mobike)나 오포(ofo) 등 스타트업이 이끄는 중국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첫째, 비교 불가인 ‘픽업 및 주차 편의성’ 측면에서 살펴보자. 서울과 런던의 서비스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심천 등 주요 대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의 가장 큰 차별성이자 이 서비스가 중국에서 대중화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바로 ‘픽업과 주차 편의성’이다.
교통 수단으로서 자전거가 택시나 버스에 비해 좋은 점은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이용하기 위해 큰길이나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적다는 게 하나 있다. 그리고 택시나 버스를 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멀다고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럴 때 자전거가 유효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에서 걷기 애매한 거리에 회사나 집이 있을 때나 이동시 걸어서 최소 10분 이상 소요되는 대학 캠퍼스나 공장·회사·아파트 안에서 이동할 때는 자전거가 안정맞춤이다. 물론 자가용 운전시 걱정해야 하는 주차 문제도 전혀 없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있어서 핵심은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가 많아 빨리 쉽게 탈 수 있어야 하고, 타고 난 후 원하는 곳에 세워 놓을 수 있어서 거치대를 찾아 이동하는 추가 노동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서비스가 그렇다.
자전거 공유 앱을 내려 받고, 앱을 통해 주변에 깔려 있는 자전거의 바퀴 잠금 장치를 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원하는 장소에 락을 채우면 끝이다. 주차 금지 지역을 제외한 곳은 어디든 세워 놓기만 하면 누군가 타고 간다. 그건 우리 집 밖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행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 등의 민감한 이슈가 있어서 심천 등에선 자전거 공유 서비스 관련법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서울과 런던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는 주요 사거리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설치된 공용 거치대에서 픽업을 하고, 주차 또한 도착 지점 부근의 거치대로 이동해 세워 놓아야 한다. 거치대가 접근이 편한 곳에 모두 깔리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서비스 활성화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셈이다.
오포는 학생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대학 캠퍼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모바이크는 학교 외에 교통 요지나 상가, 아파트 등 고객층을 넓게 잡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두 회사 말고도 싱저(行者), 헤이니아오(黑?) 등도 가세하면서 연내 중국 주요 도시에 총 800만대까지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대도시에는 곳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이크의 경우 눈 앞에 자전거가 안 보이면 앱을 열고 가까운 어디에 자전거가 있는지 곧바로 찾아주며 필요할 경우 예약까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따릉이는 올해 예산을 다소 늘려 지난해 5,000대 수준에서 올해는 2만대까지 확대될 예정이지만 800만대와 2만대의 차이는 서비스 활성화에 결정적인 제약이 될 것이다. 런던에도 1만5,000여대가 보급될 예정으로 파악돼 중국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런던에선 자전거 빌리는데 3,000원, 초과 30분당 3,000원
서울 따릉이 1시간에 1,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
중국 30분에 85~170원, 대신 보증금이 최대 5만1,000원
서울 따릉이 1시간에 1,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
중국 30분에 85~170원, 대신 보증금이 최대 5만1,000원
둘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가성비’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중국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설명하면 “가지고 도망가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필자 역시 그 점이 무척 궁금했다. 멀쩡해 보이는 자전거를 들고 튀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직접 타보니 그럴 확률은 별로 없어 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보증금을 건다. 오포는 99위안(약 1만7,000원)을, 모바이크는 299위안(5만1,000원)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한다. 외국인인 필자인 경우엔 여권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30분 정도 지나니 사용 승인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모바이크의 경우 구형 체인 자전거는 30분당 0.5위안(85원)에서 체인 없는 공기 압축식 신형의 경우 1위안(170원)이다. 보증금을 지불한 상태에서 그 정도 금액이면 그냥 돈 내고 타지, 들고 튈 생각은 안 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반면 서울 따릉이는 1일권 1시간에 1,000원, 1시간 이후는 30분당 1,000원이 추가된다. 정기권도구비돼 있어 1주일 3,000원에서 1년 3만원까지 다양한 요금제가 있다. 장기 이용시에는 따릉이도 매력적인 가격대다. 런던의 경우엔 일단 빌리면 2파운드(1,450원), 초과 30분당 다시 2파운드가 들어간다. 물론 런던의 다른 교통 요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기는 하지만 30분만 넘게 타도 거의 3,000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대신 30분 이내 내려서 주차하고, 다시 다른 자전거로 바꿔 탈 경우엔 추가 요금이 없다. 물가를 고려한다고 해도 3개국의 가성비만 따지면 중국 서비스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모바이크는 튼튼하면서도 산뜻한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
오포는 노란색 디자인에 학생 타깃에 적합한 캐주얼한 디자인
오포는 노란색 디자인에 학생 타깃에 적합한 캐주얼한 디자인
셋째,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필자가 중국에서 경험한 자전거는 모바이크 서비스였다. 일단 보기에도 아주 튼튼해 보인다. 세련미도 있고 스포티한 디자인의 자전거가 시내 중심에 수십 대씩 놓여 있는 모습에 끌려서 관심을 갖게 됐다. 오포 디자인은 노란 톤으로 산뜻한 느낌이라 학생 특히 여학생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런던 자전거는 디자인 측면에선 “글쎄올시다”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중국 자전거는 진심으로 타고 싶어서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이고 빠른 업그레이드’라는 장점이다. 런던의 경우 초기에는 바클레이가, 2015년부터는 샌탠더(Santander)라는 금융회사의 지원을 전면에 내세워 시(市)에서 운영 중이며 따릉이 역시 운영 주체는 서울시다.
반면 중국의 경우엔 기업간 무한 경쟁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본격적인 자금 조달기에 들어섰다. 텐센트, 샤오미를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형 투자회사의 자본 투입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서비스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시장 장악, 궁극적으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지속적인 서비스 질적 향상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모바이크만 해도 3종류의 자전거가 있다. 체인 없이 공기 유압으로 굴러가는 자전거가 보급됐으며 가벼워지는 몸체, 유려한 디자인 등 외관 업그레이드 역시 이어지고 있다. 가격 역시 자전거 기종별로 차등화하면서 고객층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거리에서는 모바이크의 3종류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중국에는 약 4억대의 자전거가 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전거다. 중국 친구가 필자에게 한국의 자전거 이용 행태가 이상하다며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한국은 자전거를 이동할 때는 별로 안 쓰고, 운동할 때만 주로 쓰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지적이었다. 중국의 대다수 도시에서, 그리고 런던에서도 자전거는 이동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자전거를 주로 운동용으로 애용하는 편이다. 자전거 전용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는 그냥 편하게, 그리고 환경오염 없이, 아주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최고의 이동 수단이다. 더구나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사조가 아닌가?
지난 2015년 큰 맘 먹고 고가의 자전거를 구매했다. 그 해만 10번 정도, 지난 해엔 2번 타 본 것으로 기억된다. 고가에 새 것인지라 보물처럼 애지중지했고, 함부로 아파트 마당에 세우지도 못해 15층 집 거실 베란다까지 끌고 올라왔으며 탈 때는 다시 낑낑대며 끌고 내려갔다. 주차 시에도 (혹여 분실할까 싶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려고 애썼고, 그런 주차 공간을 찾다가 진이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년에 손꼽을 만큼 몇 차례 타는 자전거, 집에선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했고 그나마 가끔 끌고 나가면 세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자전거를 쌩쌩 달리며 탈 수 있는 한강변까지 자전거를 모시고 가는 과정이 또한 힘들었다. 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는 게 위험스럽게 느껴져 꽤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
필자가 중국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반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 모든 어려움을 아주 스마트한 방식으로 한 방에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그냥 필요할 때, 딱 필요한 곳에서, 그것도 아주 싸게, 세워놓을 곳 걱정을 안 해도 됐다. 굳이 큰 돈 들여 소유하지 않고, 그냥 필요할 때 싸게 빌려 타기만 하면 된다. 중국이었다면 최소한 나는 자전거를 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P.S) 칼럼을 완성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깜짝 놀랄 뉴스를 접했다. 모바이크가 애플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팍스콘과 독점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팍스콘을 통해 생산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팍스콘은 핸드폰 제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O2O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모바이크는 풍부한 실탄 확보와 함께 600만대까지 생산 가능한 파트너를 확보한 셈이다. 팍스콘의 전세계 공장을 활용한다고 하니 모바이크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한방에 해결된 셈이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글로벌 게임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최원준 펑타이코리아 지사장 wonj.choi@cheilpengtai.com
현재 제일기획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의 한국 지사를 맡고 있다. 고려대 중문과와 SUNY Buffalo MBA를 졸업한 한국 온라인 1세대로 라이코스 코리아(서울), MTV ASIA(싱가폴), 싸이월드 차이나(베이징)와 펑타이 본사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근무후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갈 사람 여기 붙어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생활 10년의 경험에서 느꼈던 대륙의 정보기술(IT) 역동성을 많은 기업인들과 나누는 한편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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