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1세의 왕정훈이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왕정훈은 지난 29일 카타르 도하의 도하GC(파72·7,400야드)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유럽투어 통산 3승째다.
30일 유럽투어에 따르면 왕정훈은 지난 1999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8년 만에 유럽투어 최소 경기 3승 기록을 썼다. 우즈는 1999년 5월 유럽투어 대회 12번 출전 만에 3승째를 거뒀다. 왕정훈은 29번 출전에 3승을 쌓았다.
왕정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쌍벽을 이루는 유럽투어에서 프로 2년 차에 벌써 3승을 거두면서 세계 골프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해 하산 2세 트로피와 모리셔스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신인왕을 거머쥐더니 올해는 만 21세144일에 3승째를 올려 유럽투어 사상 세 번째 최연소 3승 기록도 남겼다. 앞서 마테오 마나세로(이탈리아)가 19세, 스페인의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20세에 3승 고지를 밟았다. 왕정훈은 유럽투어 역대 최다 우승 1위(50회)인 바예스테로스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셈이다.
우승상금 38만9,656유로(약 4억8,600만원)를 보태 상금랭킹 2위로 올라선 왕정훈은 현재 60위인 세계랭킹도 40위권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3월 말까지 50위 안에서 랭킹을 유지하면 꿈의 무대인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도 초대받는다. 후원사가 없어 기업 로고도 새겨지지 않은 검은 모자를 쓰고 나와야 했지만 후원계약도 곧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필리핀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왕정훈은 지난해 5월 첫 승을 올리기 전만 해도 중국과 아시안투어를 전전하던 무명이었다. 그에게는 스폰서 초청선수로 나간 지난해 하산 2세 트로피 대회가 인생을 바꿔놓은 터닝포인트였다. 연장에서 15m 거리의 버디를 넣는 등 마법의 퍼트를 앞세워 덜컥 우승한 것이다. 왕정훈은 바로 그 다음주 모리셔스 오픈을 제패하며 우승이 단지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이번에는 2년 차답지 않은 노련한 쇼트게임으로 8개월 만의 우승을 완성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4라운드에 나섰지만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6언더파로 추격자들에게 동타를 허용한 왕정훈은 그러나 야코 반 질(남아공), 조아킴 라거그렌(스웨덴)과의 연장을 단숨에 끝내버렸다.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로 보내고도 왕정훈은 정교한 어프로치 샷으로 홀 1m 거리에 붙였고 가볍게 버디를 잡고는 마음껏 포효했다. 나머지 둘은 파에 그쳤다.
왕정훈은 “설 연휴에 팬들에게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분 좋다”며 “올해 목표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린재킷을 입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큰 포부를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