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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쿼터백, 기적을 던지다

'25점차 대역전 드라마'…뉴잉글랜드, 슈퍼볼 5회 우승 금자탑

브래디, 네번째 MVP 수상

커피·설탕 입에도 안 대는

철저한 자기관리 돋보여

3~5년 더 현역연장 전망

뉴잉글랜드의 톰 브래디(오른쪽)가 6일 슈퍼볼 우승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포효하고 있다. /휴스턴=AFP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동안 수분보충을 위해 이온음료를 마신다. 톰 브래디(40·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도 NFL 공식후원사인 게토레이의 1회용 컵으로 목을 축인다. 그러나 컵 안에 든 것은 게토레이가 아닌 레몬 맛이 나는 ‘비밀의 음료’다. 각종 전해질을 넣는 대신 설탕을 뺐다고만 알려져 있다.

불혹의 쿼터백 브래디가 6일(한국시간) 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에서 통산 다섯 번째 우승과 함께 네 번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면서 지독스러울 만큼 철저한 그의 자기관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던킨도너츠 광고모델이지만 태어나서 커피를 한 모금도 마셔본 적 없다는 브래디는 개인 셰프가 짜주는 식단을 법처럼 따른다. 식단의 80%는 채소인데 나머지 20%도 현미·퀴노아·수수 등 통곡물이 대부분이다. 쇠고기는 목초만 먹인 유기농을 쓰며 생선은 자연산 연어만 먹는다. 음식에 백설탕과 흰 밀가루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소금도 히말라야핑크솔트만 쓴다. 브래디의 아내인 톱모델 지젤 번천도 비슷한 식단 덕인지 37세의 나이에도 전성기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브래디가 지난해 뉴잉글랜드에서 연봉과 수당 등으로 받은 돈은 3,610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언더아머·어그부츠 등과의 계약 등을 더하면 총수입은 4,400만달러(약 500억원)다. 그러나 그가 쌓은 업적을 보면 500억원은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다. 이날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팰컨스와의 제51회 슈퍼볼에 나선 브래디는 터치다운 패스 2개를 포함, 역대 슈퍼볼 최다인 466패싱야드(인터셉션 1개)를 기록했다. 62차례의 패스 시도(43차례 성공)도 슈퍼볼 신기록이다. 정규리그 MVP인 애틀랜타 쿼터백 맷 라이언(32)은 284패싱야드에 그쳤다.

뉴잉글랜드는 3쿼터 중 3대28까지 크게 뒤졌다. 싱거운 잔치가 되는 듯했다. 아마 이때쯤 TV를 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뉴잉글랜드는 그러나 4쿼터까지 13분 동안 25점을 몰아치는 신들린 공격으로 기어이 연장까지 몰고 갔다. 슈퍼볼 사상 첫 연장에서 뉴잉글랜드는 6점을 얻어 34대28로 역대 가장 놀라운 기적을 썼다. 25점 차를 뒤집는 역대 슈퍼볼 최다 점수 차 역전극이다. 이전까지는 10점 차 이상 역전승도 없었다. 사상 첫 우승을 노렸던 애틀랜타는 뉴잉글랜드의 ‘빅게임 본능’ 앞에 귀신에라도 홀린 듯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브래디는 4쿼터와 연장에서 공격을 주도해 팀원들에게 1인당 18만3,000달러(약 2억800만원)의 보너스를 안겼다. 뉴잉글랜드는 공격력이 막강한 팀이 아니라서 브래디의 존재감은 더욱 돋보였다. 그는 비시즌 동안 동료들을 불러 팀훈련보다 더 강도 높게 개인훈련을 하는 등 독하게 명예회복을 준비해왔다. 2015년 1월 기준치보다 공기압이 낮은 공을 고의로 사용한 ‘디플레이트 게이트’ 추문에 연루돼 올 시즌 정규리그 첫 4경기 출전이 정지됐던 브래디다.

브래디 복귀 후 뉴잉글랜드는 11승1패로 질주한 끝에 통산 다섯 번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뉴잉글랜드의 우승은 모두 2000년대에 나온 것이다. 일곱 번째 슈퍼볼 무대에서 역대 최고 명승부를 연출하며 슈퍼볼 MVP 최다 수상 신기록을 쓴 브래디는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슈퍼볼 최다 우승(6회) 기록을 향해 다시 뛴다. NFL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구단은 브래디가 3~5년은 충분히 더 뛰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래디는 “팀원 중 한 명이라도 포기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동료들이 자랑스럽다”며 “(연고지) 보스턴팬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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