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 전국적 인지도와 확장성을 갖췄다는 기준으로 삼는 마의 ‘20%’ 고지를 넘은 셈이다. 안 지사가 2주 만에 12%포인트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강 대 강’ 혈투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안 지사의 고공행진이 야권 지지층 밖 보수·중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삼고 있어 보수 진영의 강력한 후보가 등장한다면 안 지사의 지지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이날 지난 14~16일 진행한 여론조사를 발표한 결과 문 전 대표는 4%포인트 상승한 33%로 1위, 안 지사가 22%로 2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9%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안 지사는 50대와 60대 이상 지지층에서 각각 29%, 25%의 지지를 얻어 24%와 14%에 그친 문 전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또 안 지사는 충청 지역에서 34%를 기록해 문 전 대표(24%)를 눌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로 수그러들던 ‘충청 대망론’의 열망이 안 지사에게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가파른 상승은 보수층이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황 대행이나 전국적 인지도가 낮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대체재로 안 지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국 갤럽은 안 지사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후 대연정을 기치로 민주당 지지층 외곽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급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안 지사의 상승으로 황 대행은 2%포인트, 유 의원은 1%포인트 하락했다.
안 지사가 문재인 독주체제를 견제할 후보로 떠올랐지만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61%의 지지를 기록, 4%포인트 상승해 24%의 지지를 얻은 안 지사와의 격차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여권 성향의 유권자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비율이 커진다면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앞지를 가능성도 있지만 ‘역선택’을 우려하는 야권 지지층이 문 전 대표로 결집하는 형세도 유지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희정의 돌풍은 사실상 당 밖의 외풍이다. 문재인은 막아보자는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당 밖의 외풍이 정권교체의 열망이 큰 민주당 지지층을 뚫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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