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는 어느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와 인도라고 대답한다면 이는 3차 산업 이전 발상이다. 4차 산업 시대의 정답은 ‘페이스북 네이션’이다. 제품 중심이 ‘마켓 1.0’이라면 고객 중심이 ‘마켓 2.0’, 인간 중심이 ‘마켓 3.0’이었고, 현재 우리는 이미 도래한 ‘마켓 4.0’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경영학의 구루이자 마케팅의 대가인 저자 필립 코틀러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시장의 변화를 ‘마켓 4.0’으로 설명하면서 ‘초연결성’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세계인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된 ‘초연결자’들로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 페이스북을 포함해 넷플릭스·아마존·스포티파이·애플뮤직·에어비앤비·우버택시 등 신흥강자들이 왜 성공했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기존 강자들이라면 특히 이 ‘초연결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치즈에 관한 짧은 우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 많은 변화 앞에서 당황하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를 그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2000년대 초 세계를 매료시킨 글로벌 밀리언셀러였다. 밀레니엄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면, 암중모색하며 더듬거리는 4차 산업혁명의 ‘두려운 변화’ 앞에 ‘누가 산업을 옮겨 놨는지’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변화에 적응하라고 책은 강조한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고수해온 생산, 판매, 홍보 방식은 이 디지털 시대에 퇴화하고 만다. 바로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소중(小衆)’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사회에서 대기업은 ‘대중(大衆)’을 상대로 자사의 제품을 ‘일방향’으로 판매했다. 그러나 신흥 강자들은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소비자의 개성을 반영하고, 수 많은 ‘소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들 간의 ‘연결성’에 주목해 커다란 초국가적 성공을 거뒀다.
또한 책은 우리가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믿어온 애플의 방식마저 과거형이라고 일갈한다.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에 의한 ‘톱다운’ 혁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은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했다. 고객 참여를 기반으로 한 기획·개발·서비스하는 ‘현장형’ 샤오미는 칭찬받을 만한 대안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마켓 4.0’ 시대에 유효한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이론은 잊으라”고 조언하며 모든 관계에서의 수평성과 소통을 강조했다. 우선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인 세분화(Segment), 타게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STP’에서 적극적으로 ‘탈출’할 것을 강조했다. 기존에 알던 시장이 사라졌으니 시장세분화부터 성립되지 않고, 세분화와 타게팅은 고객 사이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보여줄 뿐이다. 나아가 디지털로 모든 것과 모두가 연결된 시대에 더 많은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 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라는 4C로 재정의돼야 기업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1만6,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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