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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동경과 반감 사이…명품에 관한 모든 것

■언베일(이윤정 지음, 세이코리아 펴냄)





할머니는 시장에서 너무 예쁜 지갑을 샀다. 손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초등학생 손녀도 그 지갑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장에서 산 지갑은 루이뷔통 ‘짝퉁’이었다. 할머니의 눈에도 손녀의 눈에도 루이뷔통을 상징하는 모노그램은 너무 예뻤던 것이다.

친구에게 들은 할머니와의 추억이다. 명품에 대한 여러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이런 설명할 수 없는 ‘디자인의 아우라’가 아닐까 싶다.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전세계 1위에 올랐다. 2020년 1월 말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이다. 당시 ‘보복 소비’라는 광풍이 불었고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대신 명품을 소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블랙핑크의 제니와 지드래곤은 샤넬, 김연아는 디올, 아이유와 이정재는 구찌 등 ‘셀럽’들은 각 명품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신간 ‘언베일’은 명품이 아직은 생소했던 1993년부터 한국이 최대 명품 시장으로 떠오른 2023년까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저자의 명품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명품을 막연히 동경하기도 하고 거부감을 표하기도 하는 시대에 30년 동안 명품 시장을 지켜본 저자는 균형 잡힌 시각과 현장감, 기자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명품의 베일을 벗겼다.



1993년 ‘초짜 기자’ 시절 루이뷔통의 ‘타이가 라인’ 론칭 취재를 위해 홀로 출장 길에 올랐던 당시의 경험에 어쩌면 명품에 대한 모든 시각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기자 중 유일하게 루이뷔통이 초청한 그의 5박 6일 출장 일정에서 행사 취재는 단 하루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여러 장소를 방문하거나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저자는 엄선된 언론을 초청하는 행사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명품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당신은 우리 브랜드와 함께 더욱 특별해질 것이다.”

각 브랜드에는 아이덴티티가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은 우아하고, 루이뷔통과 프라다는 독립적이고 당당하며, 버버리는 클래식하고, 구찌는 ‘힙’하다. 디자이너가 바뀌어 디자인에 변화를 줘도 아이덴티티는 변하지 않는다. 이 변하지 않는 아이덴티티와 이미지가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다. 이러한 소비 심리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샤넬을 소비하는 이유는 제품도 좋지만 아무래도 샤넬이 가지는 이미지 때문이죠.”

명품 소비 심리는 물론 로고를 드러내던 시대를 지나 로고를 감추고 다시 두드러진 로고에 열광하는 MZ세대 등의 취향과 심리 분석도 흥미롭다. 2000년대 초반 ‘청담동 며느리룩’의 중심에 섰던 페라가모 구두 ‘바라’의 비밀, 배우 송중기의 아내가 착용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장점이 무엇인지 등 명품에 관한 장대하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읽다 보면 명품에 대한 편견도 일방적인 동경도 사라지게 하는 게 이 책의 힘이다. 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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