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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주워 모은 4,000만원…강도 맞은줄 알았더니 전자레인지에

77세 치매노인 20여년간 모아온 전 재산 없어져 신고

경찰에 절도 신고했지만 알고보니 전자레인지 뒤에

경찰관, 직감적으로 버리려던 전자레인지 의심해

지난 22일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북경찰서 인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신고자의 집 안 전자레인지에서 현금 4,000만원을 발견해 전달했다./사진제공=서울강북경찰서




지난 22일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북경찰서 인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신고자의 집 안 전자레인지에서 현금 4,000만원을 발견해 신고자에게 전달했다./사진제공=서울강북경찰서


“20년 넘게 폐지를 팔아 번 전 재산을 도둑 맞았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22일 오후 112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을 비운 사이 강도가 침입해 숨겨둔 돈을 훔쳐갔다는 신고였다. 신고자 김정철(77·가명) 씨는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이라며 울먹였다. 서울 강북경찰서 인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집을 드나든 요양 도우미 아줌마가 훔쳐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안 곳곳을 수색했지만 강도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집을 떠나려던 순간 임채현(54) 경위의 눈에 현관문 앞에 놓인 오래된 전자레인지가 들어왔다. 음식물을 넣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보통 전자레인지보다 훨씬 무거웠다. 임 경위는 드라이버로 전자레인지를 분해하기 시작했고 케이스가 분리되자마자 신문지에 둘둘 말린 돈다발이 쏟아졌다. 100장 단위로 묶인 5만원권과 1만원권까지 총 19개의 돈다발이 기계 내부에 들어 있던 것이다. 전체 금액은 3,95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가 혼자서 20년 이상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최근 치매를 앓으면서 자신이 전자레인지에 돈을 모아놓았던 사실을 잊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 경위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전자레인지를 열어봤다”며 “평생 모으신 돈을 지켜드려 뿌듯하다”고 전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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