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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2의 한미약품 사태도 못막는 공매도 금지제도

서민우 증권부 기자

서민우 기자




“한미약품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맞나요?”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8일 밝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놓고 벌써부터 말이 많다. 공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골라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적용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으로 △공매도 비중 20% 이상(코스닥·코넥스는 15%) △공매도 비중 직전 40거래일 평균 2배 이상 증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문제는 이들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만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는 점이다.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개미투자자는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기도 어려운데 세 요건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느냐”며 “금융당국이나 거래소가 비정상적인 공매도를 규제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위 조건을 적용하면 지난해 9월 국내 주식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한미약품의 공매도 사태도 걸러낼 수가 없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29일 오후7시7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기술 수출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지만 다음날인 30일 오전9시29분이 돼서야 이를 알렸다. 늑장 공시로 주가는 급락했고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지만 일부 공매도 세력은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는 27일 시행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의 세 요건 중 당시 한미약품이 만족하는 조건은 한 가지(전 거래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뿐이다. 30일 당일 늑장공시 직전 28분간 거래된 공매도 금액이 하루 전체 공매도 거래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지만 전체 거래 대금도 증가하면서 공매도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공개 이후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불과 6개월 전의 한미약품 사태도 막지 못할 제도를 왜 만들었느냐”고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공매도는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가격 거품을 제어하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 이번 제도도 공매도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주가 급락을 불러올 경우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내놓은 제도라고 하기에는 공매도에 반감이 있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세밀함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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