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버린단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에는 깨달을 수가 없지.” 아빠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딸에게 삶에서 잠깐씩이라도 행복을 찾아보라며 건넨 말이다. 이에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행복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다”고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영화 ‘토니 에드만’(사진)은 일에만 집중하느라 인생의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딸이 찰나의 시간에서라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는 아빠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딸과 아빠의 어색한 관계가 서서히 좁혀지는 방식은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며, 그 방식은 퍽 난감해 보이지만 아빠의 진심에 담긴 온기는 그대로 전달되고도 남는다.
반려견 빌리가 죽자 한달간 휴가를 내고 딸이 사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향한 빈프리트. 그는 일에서 성공한 딸이 직장에서는 그저 딱딱하고 인간미 없는 상사라는 것을 재확인한다. 반면 딸은 바빠 죽겠는데 아빠가 한 달이나 와 자신의 집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아빠는 딸의 일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이네스의 지인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 변장을 하고 출몰해 자신을 ‘인생 컨설턴트’ 토니 에드만이라고 소개한 후 이네스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행동하기까지 한다. 이네스는 그런 아빠를 피하고 싶다. 그러던 중 빈프리트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여성성을 이용하라는 직장상사의 은밀한 제안을 건조한 태도로 이행하고, 일을 맡긴 회사에 책임이 돌아가지 않도록 교묘하게 직원들을 해고하는 방식을 기획하는 하는 등 짐작만 했던 딸의 일과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아빠는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냐”라고 쓴소리를 하지만 딸이 안쓰럽고 그런 삶 속에서도 웃음으로 여유를 찾기를 바란다.
사실 이네스는 사람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감정 바보’다. 이를테면 가식 없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방식이 물리적으로 나체를 보이는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하고는 현지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자신의 생일파티를 ‘나체 파티’로 계획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빠는 이 자리에 나체가 아닌 온몸이 털로 뒤덮인 커다란 인형 탈을 쓰고 난다. 그리고 이네스를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한다. 그제서야 아빠의 진심을 딸도 비로소 느끼게 된다.
‘토니 에드만’은 162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들을 폭소케 하다 마지막에는 삶의 행복에 대해 관조하게 만든다. 장르로 보면 코미디인데 청소년관람불가인 이유는 전라 노출신을 무삭제판으로 상영관에 올리기 때문이다. 16일 개봉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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