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분은 미쿡 배우 브릿 말링. 일단 사진 몇 장 깔아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없어서 대부분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여신입니다. 이 분이 더 유명해져서 더 많은 영화에서 봤으면 좋겠고 싶다가도 나만 알고픈 그런 유치한 마음도 듭니다.
저는 영화 ‘어나더 어스’에서 브릿 말링을 처음 봤습니다. 전작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로 선댄스 스타로 떠오른 직후의 영화이자 본격적으로 브릿 말링을 알린(일단 저는 그랬습...) 작품이기도 하죠.
전작과 마찬가지로 대학시절 친구인 마이크 카힐과 같이 영화를 만들면서 주연까지 맡았죠. 제목 그대로, 현재의 지구와 한 치도 다름없이 똑같은 지구가 발견되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프라이팬에 왼쪽 손등을 덴 철수가 저쪽 지구에도 똑같이 왼쪽 손등의 화상 자국을 갖고 살고 있는 거죠. 이와 함께 주인공의 개인사가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을 맡아줍니다. ‘또 다른 지구’는 주인공의 고통을 덜어 줄 유일한 가능성, 유일한 희망입니다.
브릿 말링은 과거의 치명적인 죄와 그로 인해 망가진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물론 어딘지 타고난 얼굴(=의뭉스러운 얼굴)로 왠지 날로 먹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요. 전 중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혼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상하길 좋아했는데, 이야기가 달라도 주인공은 언제나 별 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끌렸나봅니다.
영화에 폭 빠진 저는 브릿 말링과 또다른 대학시절 절친 잘 벳만그리즈가 함께 만든 ‘더 이스트’, 다시 마이크 카힐과 만든 ‘아이 오리진스’ 등을 챙겨보았습니다. 이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엘렌 페이지도 주연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두근거리며 봤고, 아이 오리진스는 다소 실망했으나 그래도 재미있는 편이었습니다.
(※이하 다소 스포일러 있습니다.)
세 영화에서 주인공들(아이 오리진스에선 브릿 말링이 주인공은 아닙니다)은 모두 속세 또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고통스럽다거나, 혹은 잘 살고 있었지만 결국 설득되고 말죠. 다소 개연성이 없어보이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면도 눈에 띄긴 합니다. 아이 오리진스에선 결국 죽은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되고, 디 이스트에선 폭력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친환경주의자들이 주인공을 감화시키니까요.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뭔가 다른 세상, 더 나은 대안을 꿈꾸게 만든다는 점이 이 영화들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브릿 말링 본인도 좋은 대학 나와서 골드만삭스 인턴으로 지내다가 골드만삭스 측의 채용 제의를 거절하고 본격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꿈을 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던 거겠죠. 부러울 따름입니다.
‘브릿말링과 친구들’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2011년)’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브릿 말링 제작·각본·주연의 드라마 ‘OA(2016)’도 기회가 닿으면 꼭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는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문(ㅠㅠ)이고 넷플릭스는 가입하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 고민 중입니다.
대통령 없는 첫 주말, 독자 여러분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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