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소환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소환 요구에 불응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검찰과 특별검사 수사 때도 각종 사유를 들어 대면조사를 거부한 선례가 있는데다 대통령 선거가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게 박 전 대통령 측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9시30분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 소환을 요구한 것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선고한 지 닷새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면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상 사상 네 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3가지 혐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뇌물수수 혐의 금액이 430억원에 이르는 등 사안이 중대한 만큼 소환 조사를 끝내고 곧바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조사대에 앉힌다는 검찰의 계획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이 특수본에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알려왔으나 여전히 출두보다는 불응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 선고로 박 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검찰이 소환 조사 이후 구속 수사에 곧바로 나설 수 있어서다. 앞서 각종 사유로 조사를 거부한 만큼 이른바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특수본 1기 수사 때 자료 검토, 수사 중립성 등 각종 사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때도 대면조사에 합의하고도 “수사 일정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일방적으로 대면조사 불응을 알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질병 등 박 전 대통령 측이 소환 조사에 불응할 수 있는 사유는 많다”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하는 다음달에는 검찰이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수사에 적극적이지 못할 수 있는 만큼 그때까지 수사를 지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소환 조사를 통보하는 한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 사건과 관련해 5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14일)에는 서울 강남구의 투자자문업체 M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M사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 임명 후 자문료 형식의 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