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예정된 3이닝을 다 던진 류현진(30·LA 다저스)은 이어진 3회 말 1사 2루에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정상적이라면 대타로 교체되는 게 맞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교체사인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7월8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252일 만에 메이저리그 경기에 배트를 들고 나선 9번 타자 류현진은 비록 3구 삼진을 당했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정규시즌 초반부터 선발 등판하는 상황을 고려해 타석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도 타자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선발투수들은 등판 당일 2타석 이상 소화해야 한다. 이날 ‘타자 복귀전’도 치르면서 류현진은 올 시즌 팀 내 핵심전력임을 입증한 셈이다.
류현진은 어깨·팔꿈치 수술 뒤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인 컵스전(0대4 다저스 패)에서 3이닝 3피안타(2루타 1개 포함) 1실점의 무난한 기록을 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는 주요 주전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볼넷이 1개 있었고 투구 수도 53개로 많았지만 류현진은 삼진을 4개나 뽑아냈다. 지난 12일 첫 등판에서의 2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호투로 선발 로테이션 진입 희망을 이어간 것이다.
류현진은 “투구 밸런스가 안 맞아서 볼이 많았지만 팔의 힘이나 몸 상태는 좋다”며 “다음에 투구 수와 이닝을 더 늘리도록 준비해야겠다. 선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후 첫 등판인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였다. 미네소타의 박병호가 벤치를 지켜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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