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뱀 구멍’으로 무장한 난코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성질을 돋우고 있다.
22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계속된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870만 달러) 2라운드. 10번 홀(파4) 러프에서 그린으로 이동하던 애덤 해드윈(캐나다)은 바닥에 스프링클러가 보이자 손에 든 웨지로 망치질 하듯 세차게 내리쳤다. 직전 샷과 이날 경기가 모두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샷과는 달리 ‘정확한’ 망치질에 물줄기가 양방향으로 뿜어져 나왔고 당황한 해드윈은 스프링클러를 멈추려고 발로 밟고 손으로 만져보는 등 어쩔 줄 몰라했다. 이 사이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는 난도 높은 코스다. 가장 까다로운 16~18번 홀에는 ‘스네이크 핏(뱀 구멍)’이라는 기분 나쁜 별명도 붙어있다. 해드윈은 10번 홀 더블 보기에 이어 16번 홀(파4)에서도 2타를 잃어 이틀 합계 5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1라운드 때는 패튼 키자이어(미국)가 짧은 퍼트를 놓친 뒤 퍼터를 축구 하듯 멀리 차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몇 홀 뒤 그는 기권했다. 사히스 시갈라(미국)는 미스 샷 뒤 클럽을 얼마나 세게 내던졌는지 헬리콥터처럼 날아갔다. ‘성난 사람들’이 도드라지는 대회가 되고 있다.
23일 3라운드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6타나 줄여 5언더파 공동 5위로 솟구쳤다. 컷 탈락 위기를 딛고 주말 라운드에 진출하더니 하루 새 48계단을 뛰어올랐다.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등 7언더파 선두 그룹과 2타 차다. 토머스는 11~14번 홀에서 이글-버디-버디-버디를 뿜었고 뱀 구멍 세 홀에서 사흘간 버디만 2개를 잡으며 탁월한 공략을 뽐냈다. 1주일 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 62타를 적었던 그다. 3·4라운드 성적이 안 좋아 공동 33위로 미끄러졌지만 이번에는 투어 통산 16승째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2라운드에 선두와 1타 차 공동 2위였던 안병훈은 이날 16번과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는 등 1타를 잃어 4언더파 공동 11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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