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39분, 경기장에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모든 관중이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루카스 포돌스키(32·갈라타사라이)가 가장 완벽한 작별인사를 남기고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포돌스키는 23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 나섰다. 이날의 라이벌전은 그의 은퇴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대표팀에 데뷔한 포돌스키는 13년간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을 각각 세 차례나 밟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는 우승 트로피까지 들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쾰른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바이에른 뮌헨, 아스널 등을 거치기도 했지만 포돌스키는 대표팀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선수였다. A매치 130번째 출전인 마지막 경기에서도 영화 속 검투사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원톱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뒤에서 왼쪽의 율리안 브란트(레버쿠젠), 오른쪽 르로이 사네(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2선 공격진의 중앙에 선 포돌스키는 후반 24분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장식했다. 주 무기인 왼발을 떠나 솟아오른 공은 골망 오른쪽 가장 깊은 구석에 꽂혔다. 독일의 1대0 승리. 독일은 1년 전의 2대3 역전패를 설욕하면서 A매치 7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떠나는 포돌스키에게 이날 주장 완장을 맡겼고 후반 막판 벤치로 불러들여 기립박수를 받게 했다. 폴란드 출신이지만 독일에서 자란 포돌스키는 17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독일 각급 대표팀을 거쳤다. A매치 기록은 130경기 49골 31도움. 49골은 독일 대표팀 최다 득점 역대 3위 기록이다. 1위는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71골, 2위는 게르트 뮐러의 68골이다. 올 시즌 뒤 터키 리그를 떠나 일본 J리그 비셀 고베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포돌스키는 “13년간 그라운드 안팎에서 응원을 보내준 팬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오른쪽의 델리 알리(토트넘), 왼쪽 애덤 랄라나(리버풀), 최전방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로 공격진을 꾸린 잉글랜드는 독일 골키퍼 테어 슈테겐(바르셀로나)의 잇따른 선방과 골대 불운까지 겹쳐 패배를 떠안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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