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관객 2억명의 전성기를 맞은 대한민국 극장가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퇴행적인 근로환경은 해가 바뀌어도 달라질 줄 모른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취재한 국내 주요 극장의 현실은 한마디로 사용자에게는 ‘알바천국’,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알바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롯데시네마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A씨는 “근로계약서의 하루 7시간, 월 25일 근무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시간57분을 일하면 27분 치 시급은 지급하지 않고 30분 치 시급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른바 ‘30분 꺾기’다. 극장 측에서 쥐꼬리만 한 시급까지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
메가박스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B씨의 말은 더 기가 막힌다. “카운터에 돈이 비면 알바가 다 채워요. 시급이 6,000원 정도 됐는데 어느 날은 두 시간 정도가 ‘시재(부족한 돈 채워넣기)’비로 나가서 돈 계산을 안 하는 알바를 찾으려고 했는데 편의점도 그렇고 알바들이 계산을 안 하는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지난해까지도 CGV는 외모·복장 등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을 ‘꼬질이’로 선정해 비판을 받았다. 이 극장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C씨는 “안경은 끼면 안 되고 렌즈를 껴야 했고 머리도 승무원처럼 망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으며 립스틱은 에뛰드의 ‘분노하는 레드’로 바르라고 정해줬다”면서 “렌즈·머리망·립스틱·스타킹을 사느라 이틀 치 시급이 나갔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2017년 한국 극장가에서는 ‘임금 꺾기’뿐 아니라 과도한 ‘외모 꾸미기’를 요구하는 등 퇴행적인 관행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극장 사업자들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붙여준 ‘미소지기(CGV)’ ‘드리미(롯데시네마)’라는 고운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이에 알바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처우 개선을 요구했고 정부는 실태조사 후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지시와 징계조치를 내렸다.
알바노조 “근로감독관 확충
임금체불 본사 책임 구조로”
극장가 퇴행적 관행들 여전
논란 커지자 대책 마련 추진
그러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극장 사업자들의 이 같은 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바노조는 “근로감독관이 977명에 불과해 한 사람이 월평균 45.4건의 사건을 처리한다”며 근로감독관 확충 및 명예근로감독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또 “현행법상 가맹점의 경우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본사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본사가 가맹점의 임금 체불과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롯데시네마·CGV·메가박스 등은 나름의 해명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했다. 롯데시네마 측은 “지난 2월부터 1분 단위의 급여정산 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존 근무시간 관리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액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오는 4월부터는 매 분기 드리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대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이달 1일부터 시재는 사측이 부담하고 있다”며 “88개 상영관 중 직영점 35곳은 7월1일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53곳의 회원사에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CGV는 “문제가 됐던 엄격한 외모 기준을 없앴으며 일부 지점에서 도입하고 있는 ‘트레이닝룩’ 스타일의 미소지기 유니폼을 올해 말까지 전 직영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극장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포함한 단순 노무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수습 기간에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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