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맹주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진땀 승부를 벌이며 당의 경선 흥행을 이끌어냈다.
민주당 주자들은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역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총 20만여명에 달하는 등록 선거인단의 표심을 놓고 격전을 치렀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7일 호남 경선에서의 대승에 이어 2연승을 목표로 대세 다지기를 시도했다. 그는 이날 현장 연설을 통해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영남에서 50% 넘는 지지를 받아오겠다”고 다짐한 뒤 “충청에서도 압도적으로 도와달라”며 지역주의를 넘어선 정권교체 의지를 밝혔다.
호남전에서 2위를 기록했던 안 지사는 충청을 발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여야가 없는 가상대결에서도 저 안희정이 압도적 정권교체 승리의 카드”라며 안방 표심 쓸어담기에 공을 들였다.
3위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선발주자들과의 격차를 최소화한 뒤 오는 4월1일 자신의 지역 기반인 영남권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한다는 목표로 유세를 펼쳤다. 4위 주자인 최성 고양시장은 이미 호남전에서 완패해 사실상 대선 본선행은 어려워졌지만 차기 주자를 겨냥한 장기전략 속에 분투했다.
이번 충청 결투는 경선주자들의 대선 본선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돼왔다. 13대 대통령선거 이후 대선 본선 결과를 보면 충청권 1위 후보가 대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당선인의 충북 지역의 득표율은 14대 대선 때부터 전국 득표율과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은 당내 경선을 넘어선 대선 본선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의 광역지역으로 나뉘는 충청권역은 인구·정치학적인 면에서 각각 독특한 색채를 갖고 있다. 가장 유권자 수가 많은 충남권의 경우 아산과 같은 대도시는 중도 성향이 짙고 군소도시나 농촌은 조금 더 정통 보수성이 짙다. 따라서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는 대연정을 통한 중도·보수 진영 보듬기에 나선 안 지사가 현지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 우세를 보여왔다. 더구나 안 지사는 충남의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어 인지도나 조직력에서 경쟁주자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에 비하면 대전과 세종시는 조금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대전시와 세종시는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권자들이 많은데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고학력일수록 조금 더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환경은 적폐세력 청산과 같은 개혁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충북은 충남 못지않게 중도·보수 성향을 띠고 있으나 역대 선거에서 표심을 막판까지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이 각 후보별 조직력과 맞물리면서 충남에서는 안 지사가 판세를 주도하고 충북과 대전·세종시에서는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이 진땀 승부를 펼치는 드라마가 연출됐다고 당직자들은 전했다.
민주당 충청경선은 지난 27~28일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참여한 일반국민 및 일반당원의 모바일투표와 29일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대의원 순회투표 등을 합산한 개표 결과로 승부를 가렸다. 영남권 순회투표는 31일, 수도권·강원 순회투표는 4월3일 치러진다. /대전=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역대 대선 당선인의 전국 및 충청권 득표율 비교
(단위: %)
역대 당선인 | 충청권 | 전국 |
13대 노태우 | 33.1 | 36.6 |
14대 김영삼 | 36.9 | 42.0 |
15대 김대중 | 43.9 | 40.3 |
16대 노무현 | 52.5 | 48.9 |
17대 이명박 | 37.1 | 48.7 |
18대 박근혜 | 54.4 | 51.6 |
◇충청지역 민주당 후보지지율 (단위: %)
문재인 | 안희정 | 이재명 | 최성 | 모름/무응답 |
42.2 | 42.8 | 10.2 | 0.0 |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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