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못지않게 인체에 치명적인 오존(O3)도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보통 국내에서 오존 농도는 기온이 높은 7~8월에 크게 상승하지만 제주 지역은 벌써 오존 농도가 대기환경기준을 넘어서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존 생성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이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되고 기후변화에 따라 대기가 정체된 점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제주에서 오후2시 기준 오존 농도가 대기환경기준을 넘어선 날은 3월12·19·20일, 4월2일 등 총 4일이다. 이들 날짜의 오존 농도는 각각 일평균 0.061, 0.063, 0.067, 0.063ppm을 기록했다. 오존의 대기환경기준은 1시간 평균치 0.1ppm 이하, 8시간 평균치 0.06ppm 이하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아직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지만 최고 값과 시간 평균을 놓고 보면 기준에 바짝 근접해 있다. 이날 오후2시 기준 대전 0.085·0.064ppm(최고값·1시간 평균치), 전북 0.074·0.063ppm, 경기 0.074·0.055ppm, 부산 0.074·0.054ppm, 서울 0.067·0.058ppm 등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존 농도가 지난해에 비해 이른 시점부터 상승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달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오존 예보도 시작되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존은 자동차와 스프레이·페인트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자극성 기체다. 호흡기와 눈을 자극해 인체에 해를 입힌다. 단기적으로 가슴통증·기침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폐 기능이 저하되고 기관지염·심장질환·천식 등의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
문제는 오존의 경우 고농도 유발 요인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비슷한 비중의 오존 유발물질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가 들어오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고농도 오존 발생을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운행을 극도로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질소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미세먼지 대책 이상의 방책은 내놓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이웃 나라 일본도 미세먼지는 잡았지만 오존은 잡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국내 오존과 미세먼지 농도는 지속적으로 대기환경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따로, 오존 따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오존 등을 아우르는 통합 대기오염 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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