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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우리에겐 혐오 발언을 증오할 권리 있다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제러미 월드론 지음, 이후 펴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담겨 있다. 이처럼 큰 힘을 가진 말을 잘못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받아들이는 상대방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겠지만, 증오하고 미워하는 말은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굳이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말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한번쯤은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잘못된 말을 한 이들을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구제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는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혐오를 발언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나?.’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혐오 발언’이라는 책에서 ‘궁극적으로 혐오 발언에 대한 어떤 규제도 제정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규제는 발언을 ‘재의미부여’하고 ‘재수행’함으로써 이런 발언에 도전하도록 일깨워질 자들을 침묵시키도록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 요컨대 우리에게는 혐오 발언을 증오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혐오표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혐오표현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저자는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아니면 혐오표현이 없는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 살피면서 각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독자들은 혐오표현(말, 글, 몸짓, SNS, 언론 등 모든 수단을 망라한)이 뭔지, 왜 문제인지, 혐오표현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지,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결과는 무엇인지, 혐오표현을 막아야 하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법적 해석과 사회적 상식의 범위에서 통찰하는 저자의 생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1만8,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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