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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5,000만원…'노른자 땅' 유휴파출소, 도심 흉물로

파출소, 지구대와 통폐합되며

경찰 소유 19곳 '폐허'로 방치

"저 좋은땅 왜 저리 놀리는지"

미관 해치고 '범죄 악용' 우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옛 충정로지구대 건물 현관 유리에 스프레이 낙서가 선명하다. 지구대가 이전하며 빈 건물이 됐지만 2년째 방치되고 있다. 현재 건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소유로 넘어갔다. /최성욱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대로변의 옛 충정로지구대 건물. 바람에 날린 쓰레기가 쌓여 있고 유리문은 스프레이로 그린 낙서가 가득하다. 한눈에 봐도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습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주변 땅값을 고려할 때 충정로지구대의 땅값은 평당 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경찰 땅인지 서울시 땅인지는 몰라도 저 좋은 땅을 왜 저렇게 놀리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1976년 8월 문을 연 충정로지구대는 지난 2015년 4월 인근에 청사를 신축해 이전했다. 치안수요가 늘어나고 건물이 노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옛 지구대 건물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이곳이 ‘충정로지구대 개방화장실’로 표기돼 있지만 문이 잠겨있어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다. 현재 이 건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소유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충정로지구대 건물처럼 방치된 전국 유휴 치안센터·파출소·지구대 중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은 총 19곳이다. 소유권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등으로 넘어갔거나 넘어갈 예정인 곳들까지 합치면 수백 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들은 경찰과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다. 특히 일부 건물들은 지역 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의 범행장소로 사용될 가능성에도 노출되어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서울 동대문구 옛 회기파출소 건물이 오랜기간 비워진 채로 방치돼 보기에 좋지 않다. 회기파출소는 수개월 전에 인근에 새 청사를 지어 이전했다. /최성욱기자




전국 곳곳에 빈 건물로 방치된 경찰 치안센터·파출소·지구대들 중 상당수는 지난 2003년 파출소가 지구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발생했다. 도심 재개발 등으로 치안수요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지구대를 열거나 통합하면서 기존 파출소나 지구대는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문제는 빈 경찰 관련 건물들을 활용할 이렇다 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찰 소유든 지자체 소유든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노른자 땅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예산낭비다. 실제 현재 경찰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 건물조차 철거가 예정된 곳들을 제외하면 뚜렷한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빈 건물들을 활용할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들이 많다. 경찰의 대응 역시 소극적이다. 경찰은 지역주민이나 지자체가 대안을 제시하면 협의하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유권을 이전받아 놓고도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해 그대로 방치한 지자체도 있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삼성2파출소의 경우 지하철 9호선 공사 과정에서 생긴 균열과 침하 등 붕괴위험으로 지난 2013년 7월경 자리를 옮긴 이후 소유권이 서울시로 넘어갔지만 4년이 다 되어가도록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방치된 파출소나 지구대 등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있다. 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각종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옛 충정로지구대 건물 인근 상인 박모(52)씨는 “건물이 이면도로로 접어드는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밤에는 으슥한 느낌도 들고 손님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도 좋지 않다”며 “건물을 철거하거나 최소한의 관리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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