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영화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15일 오후 12시,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앞 천막에 고운 합창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직접 준비해 온 ’네버엔딩스토리’ 악보가 들려 있었다. 14일 자정 ‘기억과 다짐의 버스’에 몸을 실은 120명의 서울 시민들은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을 기도하고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꼬박 6시간을 달려 목포를 찾았다. 14년도부터 세월호 관련 집회에 참석해 왔다는 권윤영(20)씨는 “3년 동안 인양하자고 싸워 온 결과가 마침내 뭍으로 올라왔기에 직접 보고 싶었다”고 전했고 기획단장 박재송(39)씨도 “직접 만난 세월호가 생각보다 더 작고 왜소해 가슴이 아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란색 옷차림을 한 추모객들의 발길도 오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전국 각지의 계·가족·회사모임에서 찾아 온 시민들은 철창 너머의 세월호를 두 눈에 담거나 글귀를 적은 추모리본을 철창에 묶었다.
16일 목포신항으로 가는 6차선 대로도 시민들이 붙인 플래카드와 리본으로 노란 물결을 이뤘다. 줄지어 선 식당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었고 횟집 상인들의 가슴엔 노란 뱃지가 꽃처럼 달렸다.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오미정(52)씨는 “가족들과 같은 마음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 상인회에서 다 같이 만든 것”이라며 커피잔을 건넸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미정(45)씨는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라고 적힌 뱃지 100여개를 직접 주문해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목포시 평화광장에서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봄날의 꿈-춘·몽’이라는 문화제도 열렸다.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고 목포시내 고등학생 100여명과 극단 ‘갯돌’ 등의 문화예술단체가 랩, 노래, 공연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특히 ‘갯돌’ 배우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세월호 참사 일부를 재현할 땐 일부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발언대에 선 희생자 유가족 김광배(故김건우 아버지)는 “손톱 한 조각, 머리카락 하나라도 찾고 싶은 게 저희 부모들 마음”이라며 “우리들의 분노와 연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목포=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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