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 60만여개 식당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메뉴판을 새롭게 제작하는 작업이 한국관광공사 주도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한국을 찾을 외래관광객을 맞아들이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한국 관광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관광 인프라 확충 노력의 하나다.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관광 인프라 수준은 확연히 뒤처져 있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호텔 수만 9배(일본 9,809개, 한국 1,092개), 테마파크 16배(일본 387개, 한국 24개), 박물관 수 4.6배(일본 3,772개, 한국 809개) 등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수준과 인구 수준을 감안해도 한국의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외래관광객 유치는 1,700만명으로 일본의 2,000만명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관광 인프라에서는 격차가 너무 크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평가 결과에서도 올해 대한민국의 종합순위는 136개 평가 대상 국가 중 19위로 지난해보다 10단계 상승했지만 관광객 서비스 인프라 순위는 50위로 저조했다. 기초체력 없이 달리기를 할 수 없듯이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관광 인프라 확충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700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으로 관광업계가 고무돼 있을 때 좀 더 냉정하게 한국 관광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며 “실적에 만족하지 말고 2,000만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 인프라 확충, 서비스 개선으로 체질 UP=관광공사는 최근의 중국 관광객 급감 위기를 한국 관광 체질 개선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관광 인프라 확충 및 관광 서비스 개선 강화에도 힘쓰기로 했다. 우선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과 개선을 집중 추진하면서 ‘테마여행 10선’ 대상 지역의 관광객 접점별 인프라를 개선한다. 현재 ‘테마여행 10선’ 10개 권역별 특색을 파악, 진단해 권역별로 차별화된 중장기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수요자인 관광객들의 여행 편의를 위해 주요 이동거리를 정비하고 관광안내표지판(관광해설표지판 포함) 및 관광안내소의 표준화·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림픽 개최지역, 테마여행 10선 도시 등의 주요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외국어 음식 메뉴판 제작·보급을 확대하고 TV광고·동영상 제작 등을 통해 전국 60만여개 식당 업주들의 자발적인 외국어 메뉴판 제작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가족단위 관광 트렌드에 맞춰 ‘굿스테이’ 등 중저가 숙박업소의 침대·조식공간 등 시설 개선을 지원해 숙박 인프라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요즘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한옥 숙박시설 활성화를 위해 ‘2017 명품고택 및 한옥 스테이 체험관광상품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외에도 명품고택 또는 한옥 스테이에서 숙박하며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상품 중 총 10개를 선정해 해당 여행사에 상품 운영(가이드비·전통문화체험비 등)과 온오프라인 홍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협업 없이는 시너지도 없다=관광 인프라 개선이 관광객 유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관광공사(RTO) 등 유관기관 간 협업이 필요하다. 공사가 최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RTO와 공동으로 중국 관광객 감소 관련 대책회의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공사는 각 지자체와 공사 권역별 국내 지사를 활용해 긴밀한 업무협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지자체별 대책사업이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대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자체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예산중복과 낭비요인이 초래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상호 정보 공유와 협업체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공사는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관광편의 개선 및 관광 인프라 확충사업이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사가 지역별 관광 인프라 현황을 점검해 인프라와 수용태세 표준화 및 개선 방향을 제안하면 이를 기반으로 해당 지자체·RTO가 자체 예산을 활용해 지역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는 등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지자체·RTO에서 제안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실제 사업 추진과 제도 개선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직접 실행 가능한 과제들은 바로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한편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과제들은 관계부처와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관광공사가 방한 관광시장 다변화의 핵심 시장인 홍콩을 타깃으로 지자체·항공사·여행사 등 52개 국내외 관광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대규모 개별관광객 유치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며 “이는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했던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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