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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패전처리 투수 홍준표, 성공의 조건은?

朴 탄핵으로 승패 뒤집기 어려운 상황서 등판

보수 궤멸 막고 차차기 발판 마련하는 역할

‘강성노조·종북’ 원색적 직구로 승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 광장에서 시민들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를 돌파하며 뜻밖에 선전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유증 속 보수 유권자들의 기대를 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홍 후보의 등장과 이 같은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홍 후보는 29일 경남 김해에서 “지난달 18일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13일 만에 한국 보수 적통 정당의 후보가 됐다”며 “어제(28일) 부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치솟아 선거일을 열흘 앞두고 판이 절반은 뒤집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준표 후보는 대선 레이스에 ‘패전처리 투수’로서 등판한 것에 가깝다. 패전처리 투수란 경기의 승패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이닝을 마무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선수를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자유한국당은 ‘야당 대 야당’의 구도로 굳어진 대선 레이스의 판을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석 점유율 31%인 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존재감이 미미한 군소 대선후보들이 난립할 때 홍 후보가 등판했다.

홍준표 경삼도지사 지지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홍 지사의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이닝을 채워야 하는 야구경기에서 패전처리 투수의 역할이 간단치만은 않다. 아무리 뒤집기 어려운 경기라고 해도 역량이 떨어지는 투수가 올라가면 그나마 있던 역전 가능성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에도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패(大敗)가 사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패전조는 이닝을 먹어주면서도 실낱같은 승리의 가능성을 이어가야 한다. 패전조가 ‘추격조’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홍준표 후보는 현재까지 추격조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홍 후보는 무엇보다 이번 대선의 9이닝이 마무리되기까지 대패, 즉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했다. 이번 선거에서 체면치레할 정도의 득표율은 얻어야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이 ‘강한 야당’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야당은 한국당이 차차기 대선에서 집권을 노린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이 시·도 당사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25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터라 선거자금 전액 보전을 받기 위해 15%의 득표율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다섯 번째 대선 TV토론에 참석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는 중간계투의 최대 덕목인 ‘돌직구’로 남은 이닝 동안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홍 후보의 발언은 보수 표심을 겨냥한 원색적 직구로 가득하다. 홍 후보는 이날도 경남 김해 유세에서 “대통령이 되면 강성노조, 전교조, 종북세력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이 일반적인 ‘보수 대 진보’ 구도였다면 중도 표심을 의식해서라도 하기 어려웠겠지만 홍 후보가 패전조로 등판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들이다.

패전처리 투수가 등판한 뒤 타자들이 역전에 성공해 승리투수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 홍 후보는 “보궐선거 전문가로서 열흘 동안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막판 대역전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역전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적어도 홍 후보는 특유의 ‘보수결집 돌직구’로 한국당의 대패만은 막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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