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평균) 취업자는 2,59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55만4,000명)보다 36만1,000명 늘었다. 올 상반기 고용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지난해 말 전망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고용시장에서는 ‘고용절벽’ 여부를 판단할 때 흔히 취업자 증가 폭 30만명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를 두고 평가한다면 올해 1·4분기에 고용절벽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일자리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취업자 종사상 지위별로 따져볼 때 상용직 근로자와 자영자의 동반 증가가 이러한 우려를 낳게 한다. 상용직은 지난 2016년 1·4분기 1,284만6,000명에서 2017년 1·4분기 1,316만7,000명으로 32만1,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자도 386만2,000명에서 396만6,000명으로 10만4,000명 증가했다.
종사상 지위는 크게 임금 근로자와 비임금 근로자로 구분되고 임금 근로자는 다시 상용직(고용기간 1년 이상)과 임시직(1개월~1년 미만), 일용직(1개월 미만)으로 나뉜다. 비임금 근로자는 고용주·자영자(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무급가족으로 구분된다. 일부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상용직은 좋은 일자리, 자영자 일자리는 그렇지 못한 편에 속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기전망을 우려했던 것보다 어둡게 보지 않으면서 상용직 근로자 채용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조선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은퇴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양극화 심화는 업종별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고용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통계에 따르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숙박 및 음식점업(2월 기준 189만2,000원)’과 임금 수준이 높은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2월 기준 455만1,000원)’ 근로자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올 1·4분기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율 1위를 차지했고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1~2월에 3위였다가 3월에 2위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양극화가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 축소와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자리의 양극화는 불가피하게 인력의 쏠림형 미스매치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소모적인 취업난을 반복하게 하는 등 노동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의 격차 해소로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우수한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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