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CJ대한통운)는 디펜딩 챔피언 제이슨 데이(호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에야 비로소 만 21세다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승을 결정짓는 챔피언 퍼트에 성공한 뒤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그였다.
15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김시우는 “최종 라운드 전에는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샷 감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흐름만 유지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저 내 페이스대로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캐디 마크 캐런스는 “선두에 올라가서도 부담감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 나는 그저 그가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고 돌아봤다.
대회장인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는 워낙 어려운 골프장인데다 이날은 시속 30㎞가 넘는 강풍까지 불어닥쳤다. 김시우는 그러나 표정처럼 침착한 쇼트게임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2타 차 선두로 들어선 후반에 선보인 9홀 연속 파 행진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거의 모두가 타수를 잃고 흔들리는 사이 김시우만 홀로 버텨냈다”고 했고 PGA 투어 동료인 빌리 호셸(미국)은 “그 나이에 이렇게 잘 치는 선수는 조던 스피스(미국)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또 영국 BBC는 “최근 25년간 만 22세 이전에 PGA 투어 2승을 올린 선수는 타이거 우즈(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스피스밖에 없었는데 김시우가 네 번째 선수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8월 PGA 투어 첫 승을 올린 김시우는 그해 말 입은 허리 부상 탓에 올해 컷 탈락 여섯 차례에 기권 세 차례 등으로 부진했다. 김시우는 그러나 허리통증을 떨치자 기다렸다는 듯 우승을 챙겼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가르시아를 보고 지난달 말부터 퍼트 잡는 법을 ‘집게 그립’으로 바꾼 것도 큰 효과를 봤다. 김시우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에서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리 가서 돌아보고 준비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외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군 복무에 대해서는 “시간이 되면 당연히 군대에 갈 것이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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