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유럽 순방에 나선 리커창 중국 총리가 첫 방문국인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싸우자며 자유무역 연대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독일의 사이가 갈수록 벌어지는 가운데 환경뿐 아니라 통상질서에서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독일에 중국이 공조를 적극 제안하는 모습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리 총리는 5월3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이 글로벌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세계에 협력과 발전을 위한 올바른 신호를 주기 바란다”며 글로벌 무역자유 확대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준수를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는 중국이 자유무역을 앞세워 유럽의 맹주인 독일과의 결속 강화에 나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도 “양국이 교류확대를 통해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서 긴밀히 협조하자”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자체 제작한 중형여객기 C919가 유럽연합(EU)에서 안전 증명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해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사이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2013년 취임 이후 세 번째인 리 총리의 이번 독일 방문이 유럽과 미국 간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중국이 EU의 새로운 파트너임을 자처하며 관계 진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2일 벨기에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중국과 EU 간 관계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공산당 서열1, 2위가 한달 새 잇달아 한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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