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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립군’ 김무열, “내 장기는 ‘자책’...열등감으로 끝나지 않기에”

“‘대립군’은 수천 수만가지 질문을 던지는 힘 있는 영화”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들이 본다면, 한 가지 질문이 아니라, 수천 수만가지 질문을 던지는 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시대의 또 다른 대립군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대립군’ (감독 정윤철)의 주역 김무열은, “영화 ‘대립군’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대립군’은 김무열의 재발견”이란 영화 호평에 대해 김무열은 ”관객 분들에게 발견되는 걸 원하기 보다는 제가 항상 (관객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고 답했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배우 김무열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립군’을 촬영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나는 누구인가’그리고 ‘난 뭘하면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점입니다”고 했다. 사춘기 때나 했을 법한 질문이지만 성인이 된 이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그 깊이감과 무게감이 또 달랐다. 역사를 거울 삼아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서적이 아닌 온 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31일 개봉한 ‘대립군’ 은 버려진 나라를 지켜야 하는 비운의 왕 ‘광해’와 이름 없는 영웅 ‘대립군’이 전쟁 속 뜨거운 운명을 함께 나누는 영화이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무열은 대립군의 명사수 ‘곡수’로 분했다. 요즘의 흙수저로 대변되는 인물로 대립군들 중에서 활 쏘기에 가장 능하고 전쟁에 도가 튼 야망이 가득 찬 인물이다. 김무열은 욱하고 나서는 성격에 투박하고 거칠지만 누구보다 속정이 깊다. 고향에 남겨둔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적과 맞서야 하는 상황 앞에서 생존에 대한 집착 역시 대단하다.

“곡수는 흙수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서 다채로워요.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또 노망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요. 그렇기 때문에 생존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입니다.”

곡수는 속 시원한 말과 행동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특히 성 앞에서 울분을 토하며, 왕에게 ’나와보슈’라며 대사를 이어가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이 장면은 지난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와 헌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찍을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4차 촛불 집회 날이었다고 한다.

“그날이 4차 촛불집회가 있던 날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온 날이죠. 광화문 앞에서 소리치는 것 같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스태프들도 많았죠.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서로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대립군’은 가진 것 없는 백성이 뭔가를 이루는 모습 속에서 희망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물론 그 속에는 비극적인 죽음과 쓰라리고 아픈 눈물도 함께 한다. 특히 피란 속 백성들의 애환과 대립군들의 노고를 달래기 위해, 백성들 앞에 나와 춤을 추는 장면인 광해의 춤사위 장면이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컸다. 영화 속에선 곡수의 민요에 맞춰 광해가 춤사위를 펼친다.

“고난 속 왕과 백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어요. 광해가 백성에게 해줄 것이 없어서 춤으로라도 화답하려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당시에는 우리 모두 리더와의 소통을 그 누구보다 원하던 때였잖아요. 사실 노래가 서툴렀는데도 현장에 가니 이상한 감정이 올라오더라. 준비한 감정이 아니었는데도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김무열은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와 함께 한 시간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 김무열의 우상 같은 존재가 바로 이정재였던 것.

“전 정재 배우의 모든 게 좋았어요. 사실 멀리서 보기만 하다가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 ‘정내미’가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전 오히려 더 좋아졌어요. 팬이 된 거죠. 이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인거죠?(웃음)”



그에 따르면, ‘참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인 이정재는 상대 배우에 맞게 100%로 맞춰주고 상대가 감정을 꺼낼 수 있게 기다려준다.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을 때도 진심을 다해 연기해 후배 김무열에게 더욱더 많은 자극을 줬다고 한다.

“정재 형은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비주얼, 몸짓, 눈짓 모두 저게 바로 대립군이었구나 란 생각을 갖게 해줬어요. 그 자체로 설명이 되는 데 더 이상 뭘 말하겠어요.”

지난 2002년 창작 청소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한 김무열은 이후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로 이름을 알린 후 영화 ‘은교’ ‘연평해전’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 ‘아내가 돌아왔다’ ‘일지매’ 는 물론 무대 연기 경력도 상당하다. 뮤지컬 ‘쓰릴미’ ‘곤투모로우’ ‘킹키부츠’ 광화문 연가 ‘아가씨와 건달들’ ‘삼총사’ ‘김종욱 찾기’ 등으로 꾸준히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인간 김무열보다 배우 김무열로, 더 나아가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는 게 좋다고 했다.







“연극 선배님들이 공연이 끝나면 분장한 채로 돌아다녀서도 안 되고 그 상태로 관객들과 만나도 안 된다고 말씀 하셨어요. 저 역시 그 사실을 신념처럼 믿고 있어요. 관객들이 작품 속에서 느꼈던 걸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은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렇기에 김무열은 ‘대립군’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 분들에게 어떤 말을 걸 지의 의미가 컸다. 배우로서 예술가로서의 책임감 있는 태도로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떤 한 관객이 (배우인)내 이야기를 듣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전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린 시절 제가 송강호 선배님을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요. 예술이 가진 힘을 믿어요. 하나의 작품이 관객 한 사람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립군’은 작품을 통해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유효한 영화란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영화 였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힘들었던 과거를 어떻게 견뎠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주는 영화잖아요. ”

내면이 꽉 찬 배우 김무열은 진중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자신의 장기가 ‘자책’이라는 다소 의아한 답변을 내 놓았다.

“저는 자책을 잘하는 것 같아요. 열등감이 있어요. 그게 저한테는 긍정 에너지로 변해요. 열등감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거나 헤쳐 나가려는 자세를 장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편, 천천히 배우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16년차 배우 김무열은 ‘머니백’(허준형 감독)과 ‘기억의 밤’(장항준 감독)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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