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원내대표가 12일 추가경정예산 심사에 돌입하기로 합의했으나 한국당의 반발로 통과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송곳 심사’를 예고한데다 한국당을 뺀 채 추경안을 처리할 경우 한국당이 ‘협치 파국’을 선언하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등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례회동에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를 제외한 채 추경 심사에 합의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회동에서 추경 심사에는 합의하되 여당도 국가재정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은 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 등을 추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크게 반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차담회에도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차담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참석하려고 했지만 제가 빠진 채 3당이 추경안에 심사에 합의한 것이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당내 반발이 있었다)”며 “당내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안 심사에 합의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추경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송곳 심사를 예고한 상태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추경 시정연설 직후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진단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공무원 숫자 늘리기가 청년실업이나 저소득층 소득증대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대통령이 강조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해법이 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 또한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추경은 단기처방용 예산인데 청년실업, 소득 양극화 등과 같은 장기적·구조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추경으로 해결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반발해도 국민의당만 찬성할 경우 추경안은 통과될 수 있다. 추경안은 법안이 아니라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과반의원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인 통과요건 상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만 동의해도 추경은 통과된다.
그러나 한국당의 동의 없이 추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정부와 여당은 국회 인준이 필요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이나 정부조직법 등의 통과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의 이런 전략에 대해 “추경은 추경의 시급성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인사청문회와 연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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