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성장 담론인 ‘소득주도 성장’이다. 민간 영역 성장의 결과가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기존 경제 관념에서 벗어나 공공부문 일자리를 통해서라도 소득을 늘리면 이는 내수진작과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문 대통령의 신념을 추경안 통과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드러낸 셈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사상 첫 추경 시정연설을 한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만나고 들었던 국민들의 일화를 담은 시각물을 국회 전면 화면에 띄우는 프레젠테이션 기법까지 동원해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의원님들께 보고 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연설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자리 창출은 민간이 하는 것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 논리에 맞서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성장의 결과로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 소득격차 확대, 서비스업 소득 감소 등 경제지표를 근거로 제시하며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여론 수렴 과정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주 취업 연령대에 진입한 반면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우리 자식들만은 우리보다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추경으로 재정건전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공공부문에서 1만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을 비롯해 △사회 서비스 분야 2만4,000명 임금 지원 △중소기업 채용 지원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3개월간 30만원) △육아 휴직 급여 2배 인상 △국공립어린이집 360개 신규 설치 △노인 일자리 수당 27만원(5만원 인상) 등 추경 사용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11만개의 일자리가 신설된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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