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던 2003년 가을. 행정자치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언론 반응이 신통찮았다. 세제에 익숙하지 않은 행자부와 기자들이 사안의 휘발성을 간과한 것이다. 보유세 과표 현실화 방안에는 훗날 ‘세금폭탄’으로 불린 종합부동산세 도입안도 담겨 있다. 한 달쯤 지나 재정경제부 세제실이 같은 자료를 또 냈다. 이번에는 달랐다. 잠실 소형 재건축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100배쯤 오른다는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다음 날 조간신문 1면 톱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전쟁이 막이 오른 순간이다. 종부세는 현재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당시 국정과제비서관 시절 구상한 작품이다.
부동산 과열은 참여정부를 내내 괴롭혔다. 해마다 규제의 강도를 높였는데 집값은 되레 미친 듯이 날뛰었다. 당시 규제책은 종부세를 비롯해 주택거래신고제와 양도세 중과, 세대별 과세 합산,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집값이 꺾이지 않자 청와대 참모진은 2006년 봄 기사체 형태의 ‘국정 브리핑’에서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집값 폭등의 대명사인 ‘버블세븐’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가 이때다. 시리즈물로 나온 이 글은 서울 강남 등 7곳을 꼭 집어 버블세븐으로 규정하고 거품 붕괴는 필연이라고 경고했지만 그해 서울 집값은 오히려 30%가량 올랐다.
당시 약발이 듣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본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시중자금의 부동화를 낳은 탓이 크다. 통화긴축은 2005년 가을부터 시작됐지만 부동산은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뒤였다. 잦은 항생제 처방의 내성 효과도 컸다.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이 공급부족 우려를 자극하고 세금폭탄이 거래가에 전가되는 역효과도 있었다.
정부의 투기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과열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4개 구와 과천·부산·세종을 신 버블세븐으로 부른다고 한다. 경기가 냉골인데도 왜 그런가 했더니 참여정부 학습효과라는 말이 나돈다. 새 정부가 규제 강도를 높이기 전에 한몫 챙기자는 심산에다 규제의 역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꾼들의 상술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정말 그렇다면 심리전부터 지고 들어가니 말이다. 이쯤 해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권구찬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