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시카고 불스를 과거에서 소환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버티고 있다 해도 지금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붙는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국프로농구(NBA)에 골든스테이트의 ‘황금왕조’가 열렸다. 골든스테이트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랜드의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NBA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 홈 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129대120으로 눌렀다. 4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3승1패 뒤 3연패로 허무하게 우승을 날렸던 아픔을 1년 만에 깨끗이 씻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부터 부쩍 전성기의 시카고와 비교됐다. 정규리그에서 73승9패를 올린 골든스테이트는 1995-1996시즌의 시카고(72승10패)를 넘어서 역대 최다승 기록을 썼다. 다만 당시 우승까지 다다른 시카고와 달리 골든스테이트는 ‘73승을 쌓고도 우승 못 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골든스테이트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올 시즌도 67승15패로 정규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더니 확실한 마무리로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NBA 사상 16승1패의 경이로운 플레이오프 승률로 우승한 팀은 2001년의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에 이어 두 번째다. 팀 간판인 스테픈 커리와 케빈 듀랜트의 잔류가 확실해 골든스테이트는 벌써 내년 시즌 우승 1순위로도 꼽히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시카고 선수였던 스티브 커 감독은 골든스테이트에서 세 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으며 명장 반열에 발을 걸쳤다. 이제 골든스테이트는 통산 6차례 우승을 모두 1990년대에 이룬 시카고 왕조의 위업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다.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챔프전은 NBA판 반지의 제왕으로 불렸다.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같은 팀이 챔프전에서 만난 올해는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라는 기대가 쏠렸다. 2015년 4승2패로 40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골든스테이트는 2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 승리부터 챔프전 4차전 패배 전까지 기록한 플레이오프 15전 전승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농구·야구·아이스하키·풋볼)를 통틀어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이기도 하다.
편파판정 논란 속에 4차전을 내준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4점 뒤진 채 맞은 2쿼터를 71대60으로 마치며 홈팬들을 흥분시켰다. 커리와 듀랜트의 무차별 공습과 상대 르브론 제임스의 실수가 엇갈리면서 골든스테이트는 2쿼터 중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4쿼터 초반 3점 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듀랜트가 미들슛으로 불을 껐다. 듀랜트는 5점 차로 벌어진 종료 10분여 전에는 3점포를 꽂았다. 이날 듀랜트는 39점 7리바운드, 커리는 34점 10어시스트를 책임졌다.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이적한 듀랜트는 5경기 평균 35.2점 8.4리바운드 5.4어시스트와 55.6%의 야투성공률을 기록, 생애 첫 우승과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겹경사를 맞았다. 챔프전 5경기에서 모두 30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0년 샤킬 오닐(당시 레이커스) 이후 17년 만이다.
클리블랜드의 제임스는 5차전 41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포함, 챔프전 평균 33.6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쏟아붓고도 우승 단추는 끼우지 못했다. 득점은 많지만 승부처에 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는 개인 통산 8차례 챔프전 중 5번이 준우승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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