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일제히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안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되며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겨냥한 러브콜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고 발전돼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북한의 핵과 도발을 불용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뤄냈듯이 우리도 새롭게 담대한 구상과 의지를 갖고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이 이뤘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정상선언을 열거하며 “당면한 남북 문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우리 정부에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음을 환기하며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외교안보적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일본은 이민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했지만 우리에게는 북한이 (인구절벽 문제를 풀) 히든카드”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국내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남북한 경제통합 단계에만 들어서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통해 러시아·중국과 연결되는 물류·에너지망을 국내로 연결할 경우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이 창출된다는 점도 남북평화 정착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로 꼽힌다.
정부도 이날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남북이 함께 6·15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해나감으로써 17년 전 남북 정상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 정신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남북 간의 화해·협력은 전쟁의 위험 없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길이며 남북 간의 평화공존은 통일로 가는 길”이라며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당도 남북대화 물꼬 트기를 거들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확고한 안보 속에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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