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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박열, 그의 파격·익살에 놀랐어요"

[영화 '박열' 이제훈]





“항일 독립운동가 박열은 익살맞고 낭만적인 아나키스트죠.”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이제훈(33·사진)은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에서 자신이 맡은 주인공 박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옥에서도 밥이 너무 적다며 나는 조선사람이라서 밥을 고봉으로 먹으니 일본식 말고 조선식으로 많이 달라고 간수들에게 호통치는 행동에서 해학적인 모습을 봤다”라며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사랑을 익살맞게 표현하는 한편 옥중 결혼식을 올리는 행동과 일본 제국주의는 미워해도 일본 민중에 대한 애정은 있다라고 하는 대사에서는 낭만적인 청년의 모습이 읽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역사책 등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잊힐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어린 친구들이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감옥 밥 조선식으로 달라 호통

재판때도 조선어 통역관 요구

일본인 연인과 옥중 결혼식 등

낭만적인 독립운동가라 느껴



영화는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 이후 조선인 6,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일본 내각이 희생양으로 삼은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 내각은 독립운동 단체 불령사를 조직한 박열을 일본 황태자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자신의 운명은 그들이 이미 정해놨다는 것을 감지한 박열은 “조선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대역이라면, 저는 대역죄인이 되겠다”라며 역사적 재판을 시작한다. 철저하게 고증을 거쳤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감옥 생활과 재판장에서의 언행이 파격적이다. “재판장에서 핑크색 사모관대를 하고 등장하고, 자신은 조선인이니 재판 때도 조선어를 쓸 것이니 통역관을 배치할 것, 판사와 동등한 위치에 있기를 원하니 의자의 높이도 피고인 자신과 똑같게 하라는 등 이게 사실인가 싶은 요구들을 하는데 이 모두 고증을 철저하게 거친 것이라고 해서 더욱 놀랐어요.”





우스꽝스러운 헤어에 수염

감독님·동료 배우 못 알아봐

촬영 내내 굶어가며 인물 연구

일본어 대사가 곤욕이었죠



언론배급 시사회 직후 이준익 감독의 역사적 고증뿐만 아니라 배우 이제훈의 박열에 대한 철저한 고증도 화제가 됐다. 시사회 전부터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카피문구와 함께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포효하는 이제훈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는 ‘건축학개론’, ‘시그널’의 이제훈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제대로 자르지도 않은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수염을 붙이고 분장했는데 첫 촬영 때 감독님과 권율 등 동료 배우들이 못 알아볼 정도였어요. 수염을 붙인 채 밥을 먹으면 떨어진 수염을 다시 붙여야 해서 촬영이 지연되기 때문에 촬영 내내 굶다시피 했어요. 외모 뿐만 아니라 박열의 내면을 알기 위해 각종 사료와 책을 읽으면서 공부도 많이 했다. “박열은 굉장히 기괴한 용맹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조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생각과 말로 내뱉는 것을 행동으로 반드시 실천하는 인물이었죠. 그런 그가 불과 스물두 살이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언어를 꼽았다. 분장과 일본어 대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그는 일본어 독음을 탁 치며 탁 하고 나올 정도로 암기했다. “일본어는 ‘아리가또’, ‘곰방와’ 정도밖에 몰라요. 긴 일본어 대사를 하면서 감정까지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대사를 숙지하기 위해 일본어 잘하는 동료 배우들이 녹음한 대사를 계속 귀에 꽂고 읊조리면서 다녔어요. 덕분에 작품이 끝난 지금도 대사를 줄줄 읊을 수 있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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