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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쓰레기...술판..."山은 지금 몸살"

청계산·북한산 등 등산로마다

막걸리 술자리에 라면 취사까지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

"국립공원 내 흡연 등 위법행위

처벌 강화하고 인식 전환 시급"

지난 17일 경기 과천시 청계산 정상인 매봉에서 불법으로 술을 파는 노점상 가판대에서 등산객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박우인 기자




지난 17일 토요일 경기도 과천의 청계산.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등산로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쾌한 기분으로 산을 올랐지만 금세 얼굴이 찌푸려졌다. 등산로 중간중간 설치된 쉼터마다 등산객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것. 먹다 남은 사과부터 김밥, 생수병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모습은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청계산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해발 582.5m 높이의 정상 ‘매봉’에 오르자 곳곳에서 ‘정상주’ 술판이 벌어졌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등산객 무리는 서로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다 먹은 막걸리 페트병과 안주로 삼은 김치, 수박껍질, 멸치 등이 나뒹굴었고 이내 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술 한잔을 걸친 한 등산객은 “산 정상에서 술을 마시는 맛에 등산한다”며 “불법인지는 알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주말마다 등산을 다닌다는 박건웅(42)씨는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보면 온통 쓰레기 천지”라며 “다른 것도 문제지만 음식물까지 버리니 악취가 나 불쾌하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청계산을 비롯한 전국의 금수강산이 몰지각한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공원 내 위법행위 적발 건수는 지난해 2,90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2,667건이었던 위법행위 건수는 2015년 2,611건으로 소푹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립공원 내 위법행위는 쓰레기 무단투기와 인화물질 반입, 취사 등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관련 당국도 골머리를 앓게 만든다. 특히 최근 3년 간 국립공원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약 4,000톤으로 매년 1,200톤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북한산에는 무더위를 피하려는 등산객들이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 쪽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무리의 등산객들은 계곡 바위틈에서 몰래 밥을 짓고 라면까지 끓여 먹기도 했다. 최근 수락산과 강릉·삼척·상주 일대에서 큰 산불이 났지만, 이날도 북한산에서는 담배꽁초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사람을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부 등산객은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발로 밟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 위험천만해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내의 위법행위를 국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립공원 내 위법행위로 일어나는 산불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비해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국립공원에서 불법·무질서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5만~10만원의 과태료만 물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등산객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 중에 담배꽁초는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어 정말 위험하다”며 “‘나 하나인데 어때’라는 생각으로 산에서 행하는 각종 위법행위들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비용과 환경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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