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1시간가량 노선을 따라 운행한 시내버스 운전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고의적으로 삭제했는지 의혹을 받고 있다.
19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시내버스 기사 A씨의 도주차량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저장장치의 데이터 복원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고가 난 것을 몰랐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블랙박스가 A씨의 혐의 여부를 밝힐 유일한 열쇠인 셈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저장 장치 데이터가 모두 지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 입건된 뒤 일관되게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버스 내 블랙박스와 관련해서는 “오류로 인해 영상이 날아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음주 운전이나 과속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람이 치어 숨질 질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는데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저장 장치 데이터 복구가 이뤄지는 대로 사고 당시 버스 내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A씨의 표정과 승객 반응 등을 확인하면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를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5일 A씨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스쿨존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 B군을 들이받았으나 그대로 지나갔다. 운행기록장치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이 시내버스의 운행 속도는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인 30km보다 느린 18km였다. 사고 직후 B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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