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맛집 순위를 매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1순위는 당연히 ‘맛’이겠지만 깐깐한 미식가라면 가게 인테리어, 분위기, 메뉴, 위치 등 다양한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이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방문이 뜸해질 것이다. 바로, 가격이다.
대다수 보통 사람이라면 중요한 사람과의 특별한 식사 자리가 아닌 이상 평범한 한끼 식사로 맛과 가격을 따져 음식점을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를 우리는 전문용어로 ‘가성비’라 말한다. 작년 11월말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되면서 가성비 좋은 맛집인 ‘빕 구르망 레스토랑 명단’이 공개됐다. 빕구르망(Bib Gourmand)이란, 미쉐린 가이드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훌륭한 맛을 내는 식당에 대해 부여하는 등급이다.
한식부터 이탈리안 음식, 태국 음식 등 세계 각국 요리 음식점을 포함해 총 36곳이 선정된 가운데 맛집쓰리고 기자들이 드디어 미쉐린 가이드 맛집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날 입맛 없을 때 가볍게 먹기 좋고 남녀노소 호불호가 가장 적은 음식인 ‘만두’ 맛집 ‘구복만두’를 소개하고자 한다.
One go! 일단 씹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만두는 어느 나라에서 유래된 음식일까. 정답은 4,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이다. 그 유래가 정확하진 않지만 청조말기(약 1958년) 하북성 무청현(지금의 천진시)의 고귀우라는 소년이 처음 빚었다는 설과 중국 삼국시대에 제갈공명이 제사상에 올린 음식이라는 두가지 설이 존재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영접도감의궤’(1643년)에서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하여 특별히 만두를 만들었고, 그 후에는 궁중의 잔치에도 종종 차렸다’고 쓰여있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고려 충렬왕 때 지어진 노래 쌍화점에서 쌍화란 밀가루 안에 고기로 소를 넣은 음식인 만두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콩의 대표 음식인 딤섬이 사실은 만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가.
딤섬이란 보통 중국에서 ‘가볍게 먹는 식사’를 뜻하는 말로 쉽게 말해 간식과 같은 의미다. 즉, 떡볶이, 순대, 김밥, 만두 등 요리의 이름이 아닌 한끼 식사로서의 상위 개념이다. 한자로는 점심(點心)이라고 쓴다. 직역하자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다. 사실상 한국에선 ‘정오에 먹는 식사’의 의미로 쓰는 점심의 뜻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의 성호 사설에 따르면 ‘점심이란, 허기진 마음을 채우며 간식을 먹는다’는 뜻에서 점심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딤섬=만두’라고 생각하게 된걸까.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중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삼시세끼를 챙겨먹은건 불과 10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분에 따라 식사 횟수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황제는 하루 여섯끼, 제후는 세끼, 그 외 관리는 아침 저녁 단 두끼만 먹어야했다. 황제 일가를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하루 두끼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허기를 달래줄 간식거리가 필수였다. 여기서 허기를 채워주는 간식이라는 뜻의 ‘점심’이라는 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간단한 요깃거리를 위해 우후죽순 갖가지 요리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특히 홍콩에서는 이러한 딤섬의 종류가 무려 200가지가 넘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두 종류였기 때문에 ‘딤섬=만두=홍콩’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중국의 만두를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쩡쟈오와 같은 교자만두, 샤오롱바오와 같은 포자만두, 그외에 샤오마이, 소가 없는 찐빵, 춘권 등이 있다.
이번 맛집쓰리고 기자들이 방문한 중국 전통식 복만두 가게에서 빚는 딤섬의 맛은 과연 어떨까.
Two go! 화끈하게 빨고!
Three go! ‘여행 그리고 소울푸드’를 맛보고!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 학생들에겐 방학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휴가의 계절이 다가왔다.(욜루~)
사실 불과 20여일 전 뒤늦은 겨울 휴가를 다녀왔음에도 또다시 어김없이 다가온 여름 휴가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안비밀. 지난 여름 휴가때는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홍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더랬다. 4박 5일 여행 내내 어머니 전용 사진사가 되어 거의 500여장의 주옥같은 사진을 남겼다. 이번 여행 사진은 특별히 실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바람때문에 얼마 전 거의 10여년만에 사진관을 방문해 사진을 현상했다. 홍콩의 랜드마크를 돌며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문득 첫 해외여행으로 홍콩을 방문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찍었던 사진이 머릿 속을 스쳤다. 21년 인생사 처음 해외여행으로 홍콩을 방문해 소울 맛집을 발견하게된 썰을 풀어볼까 한다. 어릴 적 “성공하려면 바깥세상 큰 물에서 놀아봐야 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만 스무살이 되면 이국 땅을 밟고야 말겠다는 0순위 목표가 있었다. 스물 한 번째 음력 설이 지난 며칠 뒤 진짜 어른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대학 친구와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모든 경험은 첫 시작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여알못(여행을 알지 못하는) 애송이들이 몇날 며칠동안 만나 아무리 머리 맞대고 고민해도 도저히 답이 안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정보를 찾으면 찾을 수록 각종 여행 괴담들이 눈에 밟히면서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쩌지’부터 ‘현지서 납치되면 어쩌지’ 등까지 별의별 걱정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빳빳한 여권을 쫙 펼쳐 첫 장에 홍콩 스탬프를 쾅 찍고 홍콩에 입성하자마자 놀랍게도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비행기 추락? 납치? 쓸데없는 기우였다. 패키지 여행임에도 따로 여행자용 교통패스를 구매해 밤마다 숙소를 탈출해 밤새 새벽까지 놀다가 씻고 다시 패키지 일정을 소화했다. 우리의 불타는 열정에 감동했는지 현지가이드가 일정이 끝난 뒤 저녁 자유시간을 위해 따로 우리만의 코스를 짜줄 정도였다.
4박 5일 여행 마지막 날 밤, 한국서 못다한 스무살 열정과 패기를 제대로 불태우기 위해 근처 쇼핑몰에서 드레스 코드를 맞춰 사입은 후 홍콩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란콰이퐁으로 향했다. 패키지 여행에선 절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만끽했다. 우연히 바에서 합석하게 된 현지인 대학생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가 즉석 생일 파티까지 초대된 것이다. 약 2시간 만에 급속도로 친해진 우리들은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열심히 대화하고 춤추며 놀다보니 금세 배가 고파왔다. 맥주 안주로 튀김 음식만 주구장창 먹었던터라 담백하면서 깔끔한 음식 생각이 절로났다. 눈이 퀭해져 급격하게 에너지가 방전된 우리를 본 홍콩 친구들은 급하게 우리를 근처 허름한 만두가게에 데려갔다. 한 8명 무리가 가게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자리가 꽉찼다. 현지 친구들 말로는 중국 전통 북경식 만두를 파는 로컬 맛집이라며 자기들 단골집이라고 소개했다. 생각보다 단출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그저 우리가 상상하는 고향의 맛 손만두 맛이겠거니하고 배를 채우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육즙의 기습 공격에 한국 감탄사가 절로 쏟아져 나왔다. 정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1인 1접시를 뚝딱 비운 다음 또 한 번 시켰다.
그렇게 2차 만두 회동 이후 3차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 우리는 하얗게 밤을 불태운 뒤 동이 틀 때쯤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첫 해외여행을 너무 열심히 즐겼더니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호되게 몸져 누운 동안에도 이 만두의 맛이 생각나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후 서울 시내 방방곡곡을 다니며 만두 맛집을 찾아 다녔지만 비슷한 맛을 찾지 못했다. 결국 7년 뒤 두번째로 홍콩을 방문해 소울 맛집부터 발도장 찍었다.(지난 겨울 휴가땐 현지식에 적응 못한 어머니때문에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는ㅠㅠ)
혹시 여름 휴가지로 곧 홍콩으로 떠날 독자가 있다면, 한국인만 가득한 블로그 맛집 말고 진짜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숨은 로컬 맛집을 가고 싶다면 2009년부터 쭉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전통 북경식 만두집 ‘Wang Fu’를 꼭 방문해 구복만두와 비교해보시길.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위치: 4호선 숙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약 80m 정도 걸어가면 마을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위치.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10
**가격: 구복 전통 만두(6개) 5,000원, 통새우 만두 7,000원, 김치 만두(6개) 5,000원, 샤오롱 바오 7,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