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일정을 생각하면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입니다.”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불안한 속내를 숨기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단지 조합장들의 우선순위는 ‘속도전’이다. 사업시행 인가를 빨리 마쳐야 연내 관리처분 인가를 관할구청에 신청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라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장 성적표는 오로지 사업시행 인가 시점에 달린 셈이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재건축조합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지는 이유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7월 중 관할구청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했거나 신청할 예정인 강남3구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11곳이다. 서초구에서는 신반포14차, 반포현대 조합이 6월에 인가를 신청했고 신반포3차·반포경남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한신4지구, 신반포22차 조합이 7월 중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강남구에서는 대치쌍용2차와 삼성동 홍실아파트 조합이 6월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송파구에서는 26일 조합원 총회를 진행한 미성·크로바가 곧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고 잠실진주는 7월7일 사업시행 인가를 위한 조합원 총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 9일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 통과가 결정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서울시 심의 통과가 지연되면서 조합원 총회 시점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사업시행 인가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74개 단지 4만4,000여가구 중 잠실주공5단지와 같은 나머지 단지들은 재건축조합이 설립됐더라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조합이 설립되지 않아 사업시행 인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강남3구 아파트 재건축조합 중 사업시행 인가가 완료된 곳은 서초구의 반포우성(4월 변경인가), 서초신동아(4월), 신반포15차(5월), 강남구의 일원대우(6월) 4곳에 불과하다. 최근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일원대우와 서초신동아는 인가 신청에 따른 구청의 공람공고 이후 3개월이 지나 인가 절차가 완료됐다. 4월7일 인가를 신청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 조합도 사업시행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하면 7월 초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할 경우 일러도 9월에나 인가 완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시행 인가 후에는 시공사 선정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절차가 남는다. 사업시행 인가를 이미 신청했거나 곧 신청할 예정인 여러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선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업시행 인가 전 시공사를 공동시행사로 선정하는 공동시행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연내 마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 최소 1~2개월이 소요되는 조합원 분양 신청을 비롯해 조합원 부담금 산정과 같은 까다로운 절차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보니 내부 갈등에 따른 절차 지연뿐만 아니라 소송전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행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도 사업시행 인가 신청에서 관리처분계획 수립까지 최소 5개월은 걸린다”며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 얼마나 잡음 없이 신속하게 조합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강남3구 주요 재건축 아파트단지 중 사업시행 인가 이후 사업진행 속도가 비교적 빨랐던 사례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3단지(현재 반포자이)는 2004년 10월 사업시행 인가 이후 7개월 만인 2005년 5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현재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2014년 5월 사업시행 인가 후 그해 12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2015년 2월 인가를 받았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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