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님과 저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감독님이 믿었던 선수를 그냥 쓰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축구를 불구덩이에서 건질 ‘소방수’ 중책을 맡은 신태용(47) 감독. 그는 축구대표팀 사령탑 취임 후 첫 공식자리에서부터 전임감독과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
신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뽑을 생각”이라며 “해외파라고 반드시 뽑히는 것도 아니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해도 ‘신태용 축구’에 맞고 팀에 필요하면 뽑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K리그의 수준이 결코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길 수만 있다면 모든 리그를 망라해 좋은 선수를 뽑아서 경기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실제로는 예외를 두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더 큰 논란을 빚었다. 결국 스스로 정한 원칙도 지키지 못하고 그렇다고 철저하게 한 경기 승리를 노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선수 구성이 반복됐다.
신 감독은 애초에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라도 필요하면 뽑겠다”고 공언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에 대비했다. 그는 “감독이 자기만의 전술·전략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뽑는다. 제 축구에 맞는 선수를 선발해 이길 수 있는 전술·전략을 짜겠다”고 했다. K리그 선수를 외면한다는 슈틸리케호를 둘러싼 지적을 의식한 듯 신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을 다양하게 발탁할 뜻을 내비쳤다. 새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에 황선홍(FC서울), 서정원(수원 삼성), 박경훈(성남FC) 등 현직 K리그 감독이 대거 포진된 것도 신 감독의 방향설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 감독은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그는 “토트넘에서는 잘하는데 대표팀에서는 왜 못하냐는 얘기가 많은데 지금까지 슈틸리케 감독님이 활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움직임이나 활용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손흥민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수술 뒤 재활 중이라 최악의 경우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인 오는 8월31일 이란과의 홈경기와 9월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모두 못 나갈 수도 있다. 신 감독은 “두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린 선수를 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고의 선수들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는 “선수로서 월드컵에 못 나간 게 평생 한이었다. 감독으로서 16강보다 더 위까지 가도록 선수 때 못 해본 경험을 하면서 높이 비상하려고 한다”는 말로 본선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대신했다. 신 감독은 조만간 코치진 선임을 마친 뒤 선수선발에 골몰할 계획이다. 신태용호 첫 소집은 8월28일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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